시가있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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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10.16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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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그마타※
두 손과 두 발에 못 박히고 옆구리에서부터 심장까지 긴 창으로 찔렸다

그 흘러내리는 다섯 자리 피 안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태어나고 있는가



그 고통보다 큰 사랑은 없고

그 못자국보다 넓은 우주는 없다





※성흔 (聖痕, Stigmata).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의 다섯 상처.



시집 '냄비는 둥둥'(창비) 중에서





<감상노트> 사람들은 성흔(聖痕)의 흔적을 찾으러 떠다닌다. 이마에 나타나는 가시면류관의 흔적이나, 손바닥에 피 터지는 구멍이나, 말씀이 녹아있는 성의를 찾으러 헤맨다. 예수가 이 땅에 그렇게 신비스럽게 오는 줄 알고, 하늘에 죄 짓고서 하늘에게 죄 용서하기를 바란다. 그렇지만 예수는 그렇게 사람의 몸으로 아프게 오지 않는다. 예수는 두 손과 두 발이 상함을 당한 것과 긴 창으로 심장이 찔려 숨이 빠져나갔던 그 때의 슬픔처럼 오지 않는다. 예수가 사람을 사랑하는 것처럼, 사람이 사람을 사랑할 때, 사람이 사람 아닌 것을 사랑할 때에 홀연히 또는 가만히 빛으로 온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후 오랜 시간을 이 땅에 산다. 최후의 날은 없다. 사랑이 없는 날이 종말이다. 고통이 이룬 사랑과 못 자국으로 이은 우주는, 우리의 마음에서 싹처럼 꽃처럼 천국처럼 노래하며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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