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과 독
약과 독
  • 김혜식(수필가)
  • 승인 2014.08.17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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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의 가요따라 세태따라
김혜식(수필가)

요즘의 젊은 여인들은 미인이 따로 없다. 오똑한 코, 시원한 눈매, 거기에 늘씬한 몸매는 어디로 보아도 멋있다.

더하여 화장품의 발달은 여인의 아름다움을 놀랍도록 돋보이게 하고 있다. ‘세상을 아름답게’ 어느 화장품 회사가 내걸었던 캐치프레이즈는 적중했다. 이제 화장품은 여성의 미를 지켜주는 모나리자의 신이 되고 있다. 이것도 모자라는가. 성형 의사의 등장으로 어머니가 자신의 딸도 헷갈리게 변형을 시켜놓곤 한다. 그러나 노쇠를 알리는 주름살은 막을 수 없나보다. 듣기 좋은 말로 주름살을 인생의 훈장이라 부른다. 그러나 그것은 스스로의 자위일 뿐 남녀를 불문하고 자신의 얼굴에 잡히는 주름살 앞에서는 한숨을 토하곤 한다.

그런데 놀라지 말아야 할 놀라운 세상이 도래했다. 보톡스라는 요술방망이가 나타났다. 보톡스의 원재료는 보툴리누스균이다. 이 균은 독성이 매우 강하다. 독성이 강하기에 이를 약제로 이용한다. 보툴리누스균 독소는 신경마비제로 사용하는 의료품이다. 극소량의 독소를 한정적으로 부위에 주입하면 신경이상이나 근육경련 등의 증상을 치료할 수 있다. 보툴리누스균 독소를 희석시켜 의료용으로 상품화한 것이 바로 보톡스(Botox)이며 보톡스는 상품명으로 등록되어 있다. 이 의료용으로 쓰이는 보톡스가 오늘날 여인들의 미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물질로 둔갑해 여인들의 얼굴에 주입되고 있다. 이렇듯 약과 독은 늘 상존하는 사촌지간인가 보다.

여성은 아름다움을 자기의 생명처럼 여기는 인자를 타고난 모양이다. 우윳빛 피부, 사슴 같은 눈망울, 얌전한 몸매의 여인은 언제보아도 아름답다. 저렇듯 아름다움을 지닌 젊음이 훗날 모성애를 발휘하는 이 나라의 주인공이 되겠지 생각하니 어쩐지 아쉬운 생각마저 든다. 빼어난 아름다움을 지닌 몸매로 아내, 며느리, 어머니, 그리고 한 가정의 주부까지 4역을 해야 한다니 말이다. 이 아름다움은 마음의 규각(圭角)을 둥글릴 때 가능해진다. 나이 들면 마음의 날을 없애고 넉넉한 가슴으로 세상을 포용하는 너그러움도 배워야 한다.

요즘은 뉴스 보기가 무서운 세상이다. 조강지처의 위치를 망각하고 불륜을 저지르고 그도 모자라 한때 사랑했던 남편과 내연남을 살해해 고무통에 보관했다는 이야기는 등골을 오싹하게 만든다. 그야말로 인면수심의 탈을 쓴 인간의 전형을 보는 듯하다. <마음이 고와야지>란 노래가 있다.

‘새까만 눈동자의 아가씨/ 겉으론 거만한 것 같아도/ 마음이 비단같이 고와서/ 정말로 나는 반했네

마음이 고와야 여자지/ 얼굴만 예쁘다고 여자냐/ 한번만 마음 주면 변치 않는/ 여자가 정말 여자지

/ 새까만 눈동자의 아가씨/ 겉으론 거만한 것 같아도/ 마음이 비단같이 고와서/ 정말로 나는 반했네

/ 마음이 고와야 여자지/ 얼굴만 예쁘다고 여자냐/ 한번만 마음 주면 변치 않는/ 여자가 정말 여자지.’(생략)

여인은 심신이 아름다울 때 신비로운 존재가 된다. 새 생명을 잉태하고 길러내는 일도 그렇다. 1인 4역 어머니로 사는 일은 더더욱 신비롭고 숭고하다. 신비로움과 저주스러움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 서로가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생존한다. 아름다움이란 약도 되고 때론 독이 되는 이치와 같이 서로 조화를 이룰 때 빛이 난다. 독을 약으로 활용하는 데 기술이 필요하듯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아름다운 외모 못지않게 그에 걸맞는 부덕과 지혜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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