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못한 우리말 … 일본식 표현 여전
독립 못한 우리말 … 일본식 표현 여전
  • 하성진 기자
  • 승인 2014.08.13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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訓話 등 학교 용어부터 법원 판결문까지 수두룩
일각 "정부차원 일본어 사용실태 파악" 주장도

올해로 광복절 69주년을 맞았지만, 일제 잔재는 여전하다.

일상생활은 물론, 교육·사법기관에서도 사용하는 용어에 일본식 표현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 ‘유치원’ 용어도 일제 잔재

한국교총에 따르면 유치원(幼稚園) 명칭은 1897년 일본이 부산에 체류하던 자국민들의 자녀를 교육하기 위해 설립한 기관을 이렇게 붙인 데서 유래했다.

독일식 표기인 ‘Kindergarten(어린이들의 정원)’을 일본식에 맞게 ‘유치원’으로 사용해 현재까지 이어졌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또 졸업식 때 자주 등장하는 학교장의 회고사(誨告辭)와 훈화(訓話)는 물론이고 학년 말 평가라는 의미인 사정회(査定會) 역시 일본식 표현이다.

일부 중고등학교에서 시행하고 있는 짧은 두발, 전교생이 운동장에 모이는 조회 등도 일제 군국식 문화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많다.

또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사용하는 용어 가운데 일본식 표현도 상당하다.

강, 하천 등 물가의 가장자리 또는 둔덕진 곳을 뜻하는 둔치를 일본식으로 고수부지로 부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또 손톱깎기를 ‘스메끼리’라 부르고, 두목을 ‘오야붕’, 젓가락을 ‘와리바시’로 말하는 이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국민의례 역시 일본 기독교단에서 제국주의에 충성하고자 만든 의식이다.

다정하고 사이좋은 부부를 가리켜 흔히 잉코부부라고 하는데, ‘잉꼬’는 앵무새의 일본 말이다.

와꾸(틀)와 기스(흠,흠집), 야스리(줄), 자바라(주름상자), 기레빠시(자투리) 등도 자주 사용하는 일상 용어다.

뿐만 아니라 빠꾸(back, 후진), 빵꾸(puncture, 펑크), 다찌방(dash board, 대쉬 보드), 본네뜨(bonnet, 보닛), 마후라(muffler, 머플러),화이바(helm et, 헬멧), 레자(leather,인조가죽), 쇼바(shock absorber,쇽 업소버), 밤바(bumper,범퍼) 등은 일본식 영어나 국적 불명의 변형 영어 표현이다.

식당 상호 역시 ‘스시집’, ‘야마도라’ 등 일본식 표기에 따른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행정기관에서 자주 쓰는 ‘부락(마을)’, ‘전작(밭농사)’란 단어도 일본식 한자어다.

주요 생활체육경기로 꼽히는 당구에서도 동호인들은 일본어를 거리낌 없이 쓰고 있다.

오시(밀어치기), 히네루(회전주기), 니꾸(두번치기), 히끼(끌어치기) 등이다.

◇ 판결문 속 일본식 표현 수두룩

1945년 광복 이후 일본법을 기틀로 법률이 만들어지면서 현재까지도 판결문의 문체나 용어가 일본식 표현인 경우가 수두룩하다.

법원에서 흔히 쓰이는 ‘가집행’, ‘가압류’, ‘가처분’ 의 일본식 표기를 ‘임시집행’, ‘임시처분’ 등으로 바꿔 써도 되지만, 그대로 남아 있다.

판결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시정(잠금), 감안(고려), 납득(이해), 논지(말하는 취지), 지분(몫), 신병(신체) 등도 일본식 한자어다.

일본어 번역투도 불필요하게 사용되고 있다.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할 것이다’, ‘사유가 된다고 할 것이다’, ‘액수가 크다고 할 것이다’, ‘효력이 있다고 할 것이다’ 등은 일본어 ‘노데아루(のである)’(∼할 것이다)에서 유래한 번역투 표현이다.

광복회 충북지부 관계자는 “광복 69주년이 됐지만, 일상 생활에서의 일본어 남용은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일본어 사용 실태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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