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추석 "병든 몸보다 외로움이 더 아파"
눈물의 추석 "병든 몸보다 외로움이 더 아파"
  • 정봉길 기자
  • 승인 2006.10.09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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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호우 셋방 쓸려 컨테이너 생활 4개월째
지난 7월 집중호우로 컨테이너 박스에서 생활하는 김필수 할아버지(68·사진)에게는 추석이 너무도 머나먼 나라의 이야기로 들렸다. 단양군 영춘면 용진리, 동대리 일대에는 지난 2차례의 집중호우로 15가구 30여명의 이재민들이 발생해 4개월째 컨테이너에서 생활하며 쓸쓸한 추석을 보내야만 했다. 이 가운데 김 할아버지는 지난 79년 단양군 영춘면 용진리로 이사와 삶의 터전을 잡기 위해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야만 했다. 하지만, 얼마전 있었던 집중호우와 산사태의 피해로 그나마 살고있던 집이 무너져 또 한 번의 시련을 겪었다. 17살 어린시절 다리를 다치면서 마땅하게 할 일도, 그에게 일을 주려는 사람도 없어 막막한 세월을 살았지만, 고인이 된 부인을 위해서라도 또 자식들의 장가 밑천쯤은 마련해 줘야겠다는 일념으로 이발기술을 배워 4남매의 생계를 위해 열심히 살았다. 그러나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았다. 다리증세가 점점 악화된 김 할아버지는 지난 1990년 11월 고관절 수술을 받았지만, 몸은 완쾌되지 않고 오히려 점점 악화되어 가던 중 지난해 8월 대장암이라는 청천벽력의 판정을 받고 현재 배에 호수를 낀 채 소·대변을 받아내며 혼자 살아가고 있다. ▲ 단양군 용진리 컨테이너 박스에서 생활하는 김필수 할아버지는 “아픈것은 참을 수 있지만 외로움은 참을 수 없다”며 지난 추석을 눈물과 함께 보냈다.
힘겨운 하루하루를 맞이하는 그는 "죽고 싶지만, 죽지못하는 것이 한스럽다"고 말하고 "자식들을 위해서 뭐 하나 해주지 못한 것이 제일 미안하다"며 눈물과 한숨을 쏟아냈다.

평생을 남의집 셋방에서 살았던 김 할아버지는 지난 수해로 모든 것을 잃었을 뿐 아니라, 현행 규정상 자기소유의 가옥이나 농경지에 대한 피해 보상만 받도록 되어 있어 그나마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들 딸, 손자 손녀 가족이 모두 모여 추석을 보내는 보통사람들의 즐거움을 찾을 수 없는 김 할아버지는 내년 6월이면 현재 살고 있는 컨테이너도 단양군에 반납토록 돼 있어 살길이 막막한 상태다.

각지에서 흩어져 있던 가족이 모두 오랜만에 모여 웃음꽃을 피우는 추석연휴도 그에게는 눈물로 보낸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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