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186>
궁보무사 <186>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10.09 09: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뭐라고 이여자 사람잡을 여자네"
6. 쫓기듯이 달리는 자

"어허! 우리가 이 말을 도둑놈처럼 그냥 가져가겠다는 게 아니라 단지 말과 함께 떠나겠다는 거요. 아무리 동물이지만 그 뜻도 존중을 해줘야 하지 않겠소 자, 모두 여섯 마리이니 그중 두 마리는 남겨놓겠소."

강치의 말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그의 일행이 마차에 매달려 있는 말 네 마리를 풀어냈다.

"아, 아이고! 이, 이보시요. 대체 이런 경우가 세상 어디에 있단 말이요 응"

양청이 울부짖으며 이들에게 달려들었지만, 그들 중 어느 누가 가볍게 그의 앞가슴을 발길로 걷어차 버렸다.

"아이쿠!"

양청은 외마디 비명을 내지르며 바닥에 다시 나둥그라져버렸다.

"어머! 아이고! 여보! 여보!"

그의 아내가 기겁을 하며 쓰러진 양청에게로 다가갔다. 그 사이에 강치 일행은 마차에서 떼어낸 말들을 각각 한 마리씩 올라타 가지고 쫓기듯이 급히 달려가 버렸다.

"아이고! 내 말! 내 말! 아이고!"

양청이 허둥지둥 일어나서 그들을 뒤쫓으려 했지만, 말을 탄 강치 일행은 이미 저 멀리 달려가고 있는 중이었다.

"아이고 아까워라. 백주 대낮에 두 눈을 시뻘겋게 뜬 채로 말 네 마리를 도둑맞다니."

양청은 오만상을 찌푸리며 두 발을 동동 구르다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여보! 그래도 이만한 게 큰 다행이지 뭐예요"

그의 아내가 마차 안에 있는 어린 아이들을 달래주며 큰소리로 말했다.

"뭐야 이게 다행이라니 당신 정신이 있소 없소. 요즘 말 한 마리 값이 얼만데."

양청이 두 눈을 부릅뜨며 자기 아내를 꾸짖었다.

"어머머! 여보! 잘 한번 생각해 보세요. 우선 당신과 나, 그리고 우리 애들이 몸 하나 다치지 않고 이렇게 살아있으니 우선 큰 다행이 아니에요 게다가 우리가 이제 팔결성으로 되돌아갈 수 있으니 까딱했으면 그냥 잃어버릴 뻔했던 재물을 다시 찾는 셈이 되었고."

"아, 알았소. 알았소! 여보! 어서 그거나 가져와요."

양청은 자기로서도 이제 어쩔 수가 없다는 듯 빈 입맛을 쩝쩝 다시며 이렇게 말했다.

"가져오라니요 뭐를요"

"아 오근장 성주가 아까 내게 보내줬던 뱀술 말이요. 신경질이 나는데 내가 그거라도 한잔 쭉 들이키고나서 돌아가야겠소."

그의 아내가 마차 안에서 술 한 병을 갖다주자 양청은 그걸 받아 병째로 입에 대고는 벌꺽벌꺽 들이마셨다. 그러다가 양청은 마시던 술을 갑자기 확 토해내며 짜증스럽게 외쳤다.

"으으읖! 지려! 아니, 술맛이 왜 이래"

"어머머! 죄송해요. 그러고보니 제가 아까 오줌을 쌀 때 조금 집어넣었구만요."

"뭐, 뭐라고 그럼 이 술 병 안에다 자네 오줌을 넣었단 말야"

양청은 아내의 말에 깜짝 놀라 조그만 두 눈을 한 치 이상 크게 떴다.

"무서운 뱀이 담겨있는 술을 보고나니 아무래도 액땜을 해야만 할 것 같아 제가 그랬다구요. 그런데 당신이 그걸 마시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구요. 순전히 제 실수였어요."

양청의 아내는 정말로 남편에게 미안했던지 얼굴을 발그레 붉히며 말했다.

"뭐라고 어휴! 이 여자 정말로 사람 잡을 여자네 으읖! 퉤퉤퉤!"

양청은 방금 마셨던 술을 억지로 토해냈다.

그리고는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고 또 기가 막혔던지 양청은 오늘 따라 유난히도 못나 보이는 자기 아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