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갑 다!! 김 · 추 · 자
반 갑 다!! 김 · 추 · 자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14.06.19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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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一筆
올해 만 63세, 나이로만 보면 그는 분명 할머니 연배다.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50대 이상의 노장년층이다. 젊은 세대들은 김추자라는 존재 자체를 모르거나 안다고 해도 그저 흘러간 가수 쯤으로 기억할 뿐이다. 그런데도 그의 컴백 소식은 참으로 많은 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33년만에 돌아 온 그의 모습은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지만 그를 향해 요동치는(?) ‘느낌’은 33년 전의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지난달 27일 새 앨범으로 대중 앞에 다시 나타난 그가 오는 28, 29일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뀌는 시간의 간극을 뛰어넘어 무대에 선다고 한다. 그러면서 “인상적인 후배를 꼽아달라”는 주문에 “노래들은 잘 하는데 눈에 띄는 후배가 없다”고 당돌하게 말했다. 김추자의 매력은 바로 이것, 솔직함과 담대함 그리고 결코 길들여지지 않는 야성(野性)의 탄탄한 노래 실력이다.

70년대에 우리나라 가요계를 떠들썩하게 했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그는 한 시절 잘 나가던 ‘딴따라’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를 향해 환호했고 암울했던 시절, 일종의 분출(噴出)을 위한 출구로까지 삼으려고 했다.

우선 노래부터 달랐다. 당시 인기리에 시판되던 ‘청자’라는 담배에 빗대어 ‘담배는 청자 노래는 추자’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냈는가 하면, 한 유명 문화평론가는 “김추자 이전에 가수없고 김추자 이후에 가수없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가 당시 서울 용산 남영극장 등 극장무대에 서기라도 하면 빡빡머리 고등학생을 비롯한 18금(禁) 청소년들까지 가발로 위장해 기를 쓰고 입장할 정도로 사회적 열병을 일으켰다. 지금은 세계적인 디자인프라자로 변모해 우리나라 패션의 상징이 된 옛 동대문 운동장 야외공연은 한 마디로 난리도 아니었다. 하지만 김추자를 70년대의 최고 스타로 만든 것은 정작 다른 데에 있었다. 노래로만 할 수 있는 그만의 파격과 저항, 도전과 도발이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대중가수의 무대 매너는 단정한 옷차림에 조신한 몸놀림이 주류였다. 한데 김추자는 차림새부터 달랐다. 몸에 착 달라붙는 가죽재킷과 골반바지 그리고 블라우스는 윗 단추가 두세개 정도 늘 풀렸는가 하면, 여기에 짙은 립스틱의 입술과 팽팽한 둔부는 지금까지도 눈에 선하다. 가수 인순이의 트레이드마크인 갈기머리도 실은 김추자가 원조다.

요즘이야 온 천지에 댄스가수들이 넘쳐나지만 그 때는 김추자가 거의 유일했다. 김추자가 이런 외양으로 TV 무대에 서기라도 하면 여지없이 따라 오는 게 하나 있었다. 지금으로 치면 방송통신위원회로 상징되는 각종 공기관들의 엄중한 경고였다. 그래도 굴하지 않고 기회가 주어지면 자신의 노래와 자신만의 무대매너를 굽히지 않았다. 당시 국내 유일의 대중잡지 ‘선데이서울’의 최고 브로마이드는 단연 터질듯한 육감을 유감없이 드러낸 김추자의 고혹적인 사진이었다.

이렇게만 보면 그는 단순히 노래와 외모로만 성공한 것같지만 전혀 안 그렇다. 그가 당대 ‘한국적 록’의 대가 신중현을 무작정 찾아가 데뷔하기까지는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그만의 실력이 바탕이 됐다. 대학에서 연극영화를 전공했고 합창과 무용, 탈춤, 국악은 물론이고 고등학교때는 배드민턴과 기계체조 강원도 대표로 출전할 정도로 모든 것을 섭렵했다. 김추자의 도발과 자신감은 바로 이러한 내공에서 비롯됐고 이를 당당하게 표현하려 했던 것이다.

그러기에 소주병 테러와 면도칼 테러로 가수인생에 최악의 상황을 맞을 때도 그는 단 한마디 변명하거나 상대를 지목하지 않았다. 지금도 이들 사건은 실체가 묻혀진 채 소문으로만 번진다. 그렇게 홀연히 떠났던 그가 오로지 자신만의 노래와 스타일을 가지고 다시 무대에 선다.

가짜 종교인, 가짜 국무총리 내정자, 가짜 국회의원, 가짜 공직자까지….

온통 가짜들이 판을 치는 세상에서 당돌한 여자 김추자의 컴백이 어쨌든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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