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괴담’에 움츠려선 안 된다
‘인사괴담’에 움츠려선 안 된다
  • 조한필 기자
  • 승인 2014.06.17 1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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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조한필 부국장 <천안·아산>

샐러리맨이 인사에 울고 웃는 건 숙명이다. 직장에선 능력에 상관없이 사장에게 잘 보이면 승진하고 밉보이면 좌천될 때가 많다. 공무원 사회서도 최고 수장의 눈 안에 들려고 노력한다. 대부분이 그렇다는 말이다.

12년 만에 천안시장이 바뀌었다. 간부 공무원들이 술렁인다. 세종ㆍ대전 시장, 대전ㆍ충남ㆍ세종 교육감도 진보진영으로 바뀌면서 해당 조직이 좌불안석이다. 술렁이는 게 반드시 나쁜 건 아니다. 새로운 기운을 받아들이기 위해 크게 숨을 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승승장구했던 직원들은 그 상승세가 멈출까 불안하고, 음지에 있었던 직원들은 이번엔 기회가 올까 희망을 가져 볼 것이다.

당선자 캠프에 살생부가 있다’는 등 근거없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한다.어수선한 시기 항상 나올 법한 얘기지만 그런 소문을 의도적으로 퍼뜨리는 집단이 있을 수 있다.

만약 그렇다면, 그 중엔 자신에게 불이익이 올 것으로 지레짐작하고 어떻게든 막아보려는 속셈도 있을 것이다. 살생부, 인사 보복이 있다고 소문을 내서 새 시장의 정당한 인사 조치까지 옥죄려는 심사다. “나를 이동시키면 그건 인사 보복으로 비칠 수 있으니 삼가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을 수 있다.

구본영 천안시장 당선자는 지난 12일 인수위 명단 발표 때 “공무원들이 인사 문제에 대해 많이 우려하는 것 같다. 하지만, 지난번에도 분명히 말했듯이 과거보다 미래가 더 중요하다. 괜한 걱정이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천안시를 안정적으로 끌고 간다는 생각으로 인사 문제를 검토할 것이다.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묵묵히 일해 온 직원은 흔들림 없이 직무에 충실하면 ‘좋은 기회’가 올 것이다.

새 시장에게 첫 인사는 중요하다. 적재적소에서 유능한 직원을 배치해 시정을 원활히 움직이게 하면 그 혜택이 시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12년 같은 시장 아래서 숨죽이던 천안시 공무원 조직에 심기일전의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항상 시장 주위를 맴돌던 직원, 조직 유대에는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상사 모시기만 전념하는 직원. 이런 직원이 판치는 조직이 돼선 안 된다.

지난해 초 희대의 사건이 있었다. 시장 총애를 받던 김모 사무관이 국정원 직원으로 속여 말하며 주식사기 행각을 벌였다. 2010년 지방선거 때 김씨는 6급 주사로 업무는 뒷전인 채 3선(選)에 나선 시장의 집무실을 들락거려 직원들 눈총을 샀다. 그러나 다음해 나보란 듯이 승진했다.

2011년 또 천안을 떠들썩하게 한 사무관이 있다. 최모씨는 수도사업소 하수과장 시절 하수관거 교체 사업 등을 둘러싸고 4억8000만원을 긁어모았다. 그는 2006년 하수과장이 되기 위해 비서실장에게 2000만원을 건넸다. “시장에게 잘 말해달라”는 뜻에서다. 결국 그 자리에 가서 ‘일’을 냈다. 최씨는 상사인 수도사업소장에게 3000만원을 상납하려다 퇴짜를 맞기도 했다. 천안시 과장이 돈뭉치를 들고 날뛰었는데 아무도 고발하지 않았다.

천안 공직사회에 혁신은 있어야 한다. 구 당선자는 인사팀장, 예산팀장 등을 내부 희망 공모제로 하겠다고 공언했다. 공정한 인사 시스템을 세워 투명하고 열린 인사를 하겠다고 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게 이치다. 당선자 말대로 ‘시장이 아닌 시민을 바라보고 일하는 공무원’이 우대받는 천안시를 만들어야 한다. 어떻게 인사를 하든 보복 조치를 당했다고 떠들고 다닐 이는 있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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