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속카메라에 대한 나의 생각
과속카메라에 대한 나의 생각
  • 장영일 <충주경찰서 교통관리계장>
  • 승인 2014.05.27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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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장영일 <충주경찰서 교통관리계장>

교통경찰로서 요즘 당혹스러울 때가 많다. 세월호 침몰로 우리 사회 전반의 안전과 대형교통사고 예방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음에도 과속단속을 당했다며 민원을 제기하는 운전자들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충주시 달천동 달천대교 100m 전 과속단속 카메라는 지난해 전국 일반도로 가운데 단속 실적(?) 1위를 차지하는 불명예를 얻었다. 이같은 사실은 한 인터넷 언론사가 지난 3월 경찰청에 2013년 전국 무인단속카메라 상위 실적 10위와 지방청별 무인단속 카메라 상위 10위에 대해 행정정보공개를 요청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 기사를 보면 2013년 충주시 달천동 과속 단속건수는 2만 9645건으로 제주도 10개 지역 과속단속 건수를 모두 합한 수를 능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 왜 충주시 달천동의 과속 카메라 단속이 그리 많이 나오는 걸까? 이유는 70㎞에서 60㎞로 하향 조정하면서 부터다.

달천동 과속 단속구간은 2009년부터 4년간 11명의 사망사고가 발생하며 과속 방지 무인카메라 설치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2013년 2월에 70㎞ 제한 무인단속 카메라가 설치됐다. 하지만 이 구간은 무인카메라 설치 이후에도 잦은 사고가 발생해 충주경찰서는 도로교통공단 등 교통전문가들과 검토를 거쳐 60㎞로 하향 조정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충북지방경찰청에 속도제한 승인요청을 통해 같은해 5월 1일자로 하향 조정됐다. 또한 다른 과속단속 구간에 비해 속도규제 표시나 단속 예고 표시를 2배 이상 설치했다.

그 결과는 어떨까. 4년 사이에 162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해 11명 사망, 120명이 부상을 당하기도 한 지점에서 1년이 넘도록 단 1건의 교통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과속이 위험하다는 것은 운전자들은 모두 알고 있다. 그러나 과속단속을 당한 일부 운전자들은 규제가 너무 심하다며 경찰서로 항의 전화를 하거나 국민신문고 등에 민원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단속을 당한 일부 운전자들이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비난이 다소 있더라도 불특정 다수의 차량 운전자들의 안전을 위해 과속 규제와 교통안전 시설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2012년 도로교통공단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도로교통사고로 인한 인적·물적 피해를 화폐로 환산한 사회적 비용은 23조 5900억원으로 우리나라 연간 GDP의 1.9%, 국가총예산의 10.6% 수준에 이른다. 사망사고의 경우 1인당 4억 3000만원, 중상 4900만원, 경상 232만원, 부상 119만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적피해 평균비용 중 과속으로 인한 사고의 경우 일반사고의 13배에 달하는 사회적 비용이 든다는 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과속으로 인한 사고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대단히 높다는 분석이다.

세월호 사고에서 보듯이 그동안 우리 사회가 얼마나 안전 불감증에 노출되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지표다.

5분 일찍 가기위해 과속을 서슴지 않고 달리다가 대형 교통사고로 이어져 상대방의 운전자는 물론, 가족에게 슬픔을 주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

오늘도 교통경찰은 모든 국민들이 평온하게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사회 안전망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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