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타임즈 주최 2014 스승존경 글짓기대회
충청타임즈 주최 2014 스승존경 글짓기대회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14.05.26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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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문별 수상 작품
제33회 스승의 날을 맞아 스승을 섬기는 사회적 분위기를 확산하기 위해 충청타임즈가 주최하고 충청타임즈아산지사에서 주관한 ‘2014 스승존경 글짓기대회’에서 부문별로 대상을 수상한 작품을 소개한다.

◇ <초등부 대상> 앵두반 선생님! 보고 싶어요

김민영 <온양풍기초 4학년>

"얼른 밥 먹어. 언제까지 밥만 물고 있을 거야?"

아침마다 엄마께 혼나면서 밥을 먹고 나는 우리 아파트 관리동에 있는 어린이집에 갔다. 도착하면 항상 열한시가 넘어 있었다. 친구들보다 한시간이나 늦게 갔지만 선생님은 화를 내시지 않고 친절하게 맞아 주셨다. 나는 그때 어린이집에 왜 가야 하는지 몰랐고 엄마가 아무리 나에게 이유를 설명해도 알아듣지 못했다. 사실 엄마는 화를 내시며 말씀하셔서 나도 화만 났지 엄마 말씀이 들리질 않았다.

매번 울면서 등원하는 나를 앵두반 선생님이 무릎에 앉히시고 "동생은 집에 있는데 민영이만 어린이집에 가라고 해서 많이 속상했지? 그래도 친구들을 사귀고 똑똑해지려면 어린이집에 와야해. 집에 있으면 체육도 못하고 민영이가 좋아하는 영어, 미술도 못해. 작은 바늘이 3에 가고 긴 바늘이 12에 가면 엄마가 오시지? 민영이가 울지 않고 잘하면 엄마가 민영이 멋지다고 하실걸?" 하면서 나에게 자상하게 설명해 주시고 꼭 안아주셨다.

난 처음에 선생님이 말씀하신 세시만 기다렸고, 선생님 얼굴보다 시계를 더 많이 보고, 선생님 목소리보다 시계 소리가 더 크게 들렸었다. 하지만 하루 이틀이 지나고 여러 가지 수업도 참여하고 놀이도 하다보니 정말 시간이 '훅'하고 지나갔다.

버럭 소리를 지르는 엄마보다 조용히 눈을 마주치면서 나에게 이야기 해주시고 웃어주시던 앵두반 선생님이 천사같이 느껴졌고 그 선생님과 함께 어린이집에 있는 시간이 행복해졌다. 그렇게 일년이라는 시간을 앵두반에서 보내고 졸업식이 되었다.

선생님은 어린 우리들에게 "졸업식은 친구들이랑 선생님이랑 헤어지고 큰 유치원으로 가는 거야" 라고 설명해 주셨다. 졸업식이 시작되고 졸업 노래를 부르는데 친구들은 신이 나서 큰 소리로 부르고 키득거리면서 웃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친구이자 엄마이자 선생님이셨던 앵두반선생님과 헤어지는 것이 너무 슬펐다. 지금 그 졸업식 사진을 보면 선생님코와 내 코가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얼마 전, 가족과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 장을 보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엄마께서 "어! 앵두반 선생님 안녕하세요?"라며 인사를 하셨다. 난 너무 쑥스러워서 그냥 카트 뒤에 멀뚱히 서 있었다. 엄마랑 이야기를 하시던 선생님께서 "민영이 여전히 잘하지? 진짜 많이 컸네" 하시며 웃으셨다. 헤어질 때 아주 작은 소리로 "안녕히 가세요" 혼자 웅얼거렸다. 집으로 돌아오는데 '아! 내가 제일 좋아했던 앵두반 선생님이신데 왜 바보같이 인사도 제대로 못한거야! 전화번호라도 여쭈어 볼 걸' 속상하고 너무 후회되었다.

다음에 앵두반 선생님을 만나면 '어릴적 제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해요. 울보 민영이가 이제는 왈가닥 민영이가 되었어요'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앵두반 선생님! 꼭 다시 만나고 싶어요!

◇ <중등부 대상> 짱구선생님

이호준 <아산중 3학년>

일본의 애니메이션에 짱구라는 캐릭터가 있다. 눈썹이 진하고 재미있으며 키가작고 쉽게 친해질 수 있는 엉뚱하고 정이 많은 캐릭터이다.

내가 졸업했던 초등학교에는 꼭 짱구 같은 선생님이 계셨다. 속마음만 짱구 같은 게 아니라 겉모습도 키가 작고 눈썹이 진했다. 짱구라는 별명은 지금 붙여진 별명이고 원래 다른 별명이 있었다.

그 선생님하고는 초등학교 5학년때 처음 만났다. 과학 영재반에 들었는데, 첫인사가 '사머니즘'이였다. 뭔 뜻인지 몰랐는데 그 선생님 이름을 알고나서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김삼헌 선생님은 자기를 볼 때마다 애들이 행복해졌으면 싶어서 사머니즘 이라고 인사를 한다.

이런 개성 있으신 선생님과 함께 했던 초등학교 2년동안 정말 많은 추억이 생겼고 선생님과 어울리면서 덩달아 다른 선생님과도 친해졌다.

선생님은 친화력이 참 좋으시다. 재미있으시고 늘 웃고 계셨으며 무엇보다 어색한 분위기 보다는 활기찬 분위기를 조성해 주신다.

항상 대화도 리드해 주셔서 그 선생님이랑 대화하면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 그덕에 선생님이랑 만난지 하루만에 친해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선생님은 누가 짱구 아니랄까봐 장난기도 참 많으시다. 하루는 실험을 하느라 학교에 저녁 9시까지 남은 적이 있었다.

깜깜해서 무서운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과학실에 가야할 상황에 놓였다. 친구랑 가슴 졸이면서 과학실가서 준비물을 찾고 있는데 갑자기 불이 꺼졌다. 진짜 거짓말 않고 너무 놀랐다.

그런데 그게 알고보니 선생님이 한 장난이었다. 한번은 대회에 출전하고 돌아가는 길에 선생님께서 갑자기 심각한 표정으로 "야.. 길 잘못들었다"고 말하신 적이 있다. 장난처럼 보여서 설마 했는데 진짜 잘못 들어서 한시간 늦게 도착했다.

장난기가 많으시지만 가끔가다 좋은 얘기도 해주신다. 초등학교때는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린 적이 많지만 지금은 가끔 그런 말씀들이 생각난다.

중학교 1~2학년 스승의날 때 뵈러가면 좋은 얘기도 많이 해주셨다. 공부는 한번 놓치면 쭉 놓치게 되니 잘해야 하며 공부만하면 평판이 안좋아질 수 있으니 놀땐 놀고 공부할 땐 공부하고 좋은 친구 많이 사귀라는 등 조언을 많이 해주신다.

그때의 가르침덕에 그 선생의 그 제자라고 나는 재미있고 늘 웃는 얼굴로 친구들을 대하여 쉽게 친해질 수 있고 정도 많은 학생이 되었다.

짱구스승과 짱구제자라 호흡이 척척 맞았고 그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훈훈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어떨땐 삼촌과 조카같은 관계여서 선생님들은 우리를 부러움의 대상으로 삼기도 했다. 사실 김삼헌 선생님이 지금까지 스승의날 때 자발적으로 뵈러간 첫 선생님이었다. 그럴 정도로 정이 깊었고 그 정이 극에 달한지가 오래였다.

올해 선생님은 다른 초등학교로 전근을 가셨다. 5년이라는 시간을 천도초등학교에서 채우시고 세종시에 있는 초등학교로 가셨다.

선생님 가시는 길을 배웅한다고 친구들 여럿과 함께 뵈러갔다. 선생님은 학부모들과 다른 선생님들이 계시는 송별회 자리에 참석하고 계셨지만, 그때 30분 만큼은 우리의 조촐한 송별회에 응해주셨다.

얼마나 조촐했냐면 주변 편의점에 들어가서 기념사진을 찍고 마지막 인사를 했다. 우린 돈을 걷어서 청포도 한송이를 선물로 드렸지만 맛있게 드셨는지 모르겠다. 항상 선물로 들어오는게 있으면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시기 때문에 그 청포도도 학부모들과 선생님들의 후식거리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선생님이 가시고 요즘 생각에 잠겼다. 만약 초등학교 5학년때 선생님을 만지 못했다면 내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을까라고... 선생님께서는 교과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법에 대해 많이 알려주셨다.

아직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지만 그런 수업을 듣고 자라 친구들보다 먼저 철이 들었다. 원래 부끄럼도 많았지만 선생님을 만난뒤 발표도 많이 하고 과학대회도 많이 참가하면서 부끄럼도 줄어 들었다. 그리고 이제는 부끄럼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활기찬 학생이 되었다.

선생님은 작별 인사도 선생님답게 하셨다. "나 5년뒤면 교감선생님 된다. 너희들은 군대에 가서 고생하고 있을 시기네, 그때까지 열심히 공부하고 멋진 성인이 돼서 만나자. 그때는 선생님이 쏠게, 잘가고 너희들과 함께해서 참 재미있었다. 이제 들어가"라시며 짧은 인사말 이었지만 앞으로 5년간 못할 말들이 담겨있다고 생각하니 울컥했다.

김삼헌 선생님은 나의 영원한 짱구선생님이자 '롤모델'이다.

4년동안의 시간은 짧았지만 영영 잊지 못할 많은 추억이 생겼다. 5년을 대비해 열심히 공부하고 선생님의 가르침에 보답할 것이다. 짱구 선생님!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 <고등부 대상> 시엉

박경혜 <충남외국어고 2학년>

사람마다 힘들거나 답답할 때 위안이 되는 존재가 하나씩 있기 마련이다. 내게 있어서 그런 역할을 해주는 존재는 자연이다. 그렇다고 거창하게 수풀 우거진 산속의 계곡이나 파도가 넘실대는 해수욕장을 찾아다니는 것은 아니다. 나에겐 고개를 조금 돌리면 보이는 푸른하늘과 보도블럭 사이로 수줍게 돋아난 풀꽃처럼 사소해 보이는 존재들이 때때로 큰 응원이 된다.

그리고 창 너머로 내게 위로의 손길을 보내는 나뭇가지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이 모든 것을 가르쳐 주셨던 초등학교 2학년때 담임선생님의 얼굴이 떠오른다.

얼굴에 항상 자글자글한 미소를 짓고 다니셨던 선생님은 우리들 중 '뛰어댕기다'가 넘어지는 아이는 없는지 창문너머로 지켜보곤 하셨다. 그렇게 한참을 뛰놀던 아이들이 교실에 돌아오면 어머니가 만들어 주셨다던 다시마 튀각과 콩튀기를 꺼내 '노나' 먹으라며 한줌씩 손에 쥐어 주셨다.

내리쬐는 태양도 선생님의 부챗바람에는 꼼짝하지 못했다. 눈내리는 날에 선생님은 눈싸움을 하느라 손이 꽁꽁 얼었을 아이들을 위해 돌멩이들을 난로위에 주욱 늘어놓으셨고 우리는 선생님 냄새가 나던 반들반들한 돌들을 손에 쥐고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었다.

잊지 못할 추억사이로 선생님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셨다. 선생님께서는 교실밖에서도 우리가 직접 보고, 듣고, 만지면서 배우기를 바라셨고, 학교 화단과 주변의 논밭, 뒷산이 모두 교실이 되었다.

그곳에서 우리가 배운 것은 자연의 풍요와 온기였다. 방아깨비며 여치가 폴짝거리고 올챙이가 꼼질거리는 것을 보며 자연이 살아있음을 느끼고 손에 물이 들도록 오디를 따먹었다. 우리가 신이나서 뽀르르 달려가며 저만치서 뒷짐을 지고 느릿하게 걸어오시는 선생님을 재촉하면, "빨리 본다고 좋은게 아니야. 천천히 가면서 구름이 어떻게 생겼나도 보고 두렁에 뭐가 자라나도 보고, 선생님은 뒤에서 천천히 걷는게 좋아요"라고 말씀하셨다. 우리는 선생님과 다시 보폭을 맞추어 걸으면서 맑은하늘 아래서 부드러운 바람을 맞으며 걸을 수 있는 여유의 소중함에 대해 알아갔다.

선생님과 함께 했던 추억중 유난히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 날이 있다. 그날은 여느때처럼 뒷짐을 지고 우리를 지켜보시던 선생님이 화단 주변으로 우리를 불러모으셨다. 둥그렇게 모여있는 우리들에게 선생님은 작고 연약해 보이는 풀을 하나 뜯어서 보여주셨다. "이게 시엉이라는건데, 먹으면 시큼해요. 선생님 어렸을 적에는 많이 있었지. 요즈음에는 찾아보기 힘든 것인데 화단에 있더구나. 너희들도 먹어봐" 선생님 말씀에 아이들이 여기저기 시엉을 찾는동안 선생님은 한마디를 덧붙이셨다. "너희들이 커서도 시엉이 남아았을지 모르겠지만, 시엉을 잊지 말고 너희 자식들에게도 알려주면 좋겠어요" 아직도 내 마음 한켠에는 그날 받은 시큼했던 선물과 그를 잊지 말라던 선생님의 말씀이 자리잡고 있다.

아마 흙밟고 하늘보며 뛰어다니던 그때의 추억과 그 속의 선생님의 가르침이 내가 지금도 창밖의 살랑이는 바람으로부터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이유일 것이다. 요즘처럼 유난한 봄바람이 뺨을 간질일 때, 시엉을 머릿속에 그리며 혹시나 하고 학교 화단을 주욱 훝어보면 선생님의 말씀이 들리는 듯하다. 선생님도 아직 시엉을 기억하고 계실까.

보고싶습니다. 선생님 잘 지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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