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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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10.0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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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국
입김이 하얗게 서리는 아침
콩나물국을 마주하고
당신을 생각한다.

햇살이 금가루처럼 부서지던 가을날
행적도 없이 사라져
돌아오지 않은 여러 날

당신은 이 아침
어느 허름한 국밥집 앞을
서성거릴까

질기고 질긴 콩나물
기어이
목에 걸린다.

시집 '나팔꽃 연서'(고두미) 중에서

<김병기시인의 감상노트>

시나브로 사람들은 자신의 뼈를 찾아 나선다. 언제 잊었는지 모를 고향의 두엄 냄새가 흘러나오는 거리가 분주하다. 두 손에 가득 들린 그리움이 움직인다. 그 가슴에는 녹두빈대떡의 그늘을 가진 풍경이 그윽하다. 아직은 살아계신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못난 자식이 하나 둘 등을 뉘고 도란도란 보름달을 베어 먹는 것은 얼마나 흥겨운 시간인가. 그런데 말이다. 따가운 햇살이 부서져 눈앞이 깜깜하던 날에 떠난 그 이는 한 잎 소식도 없다. 해가 시들고 다시 떠오른 지 몇 해가 되어도 오지 않는 그 분은 허름한 국밥집을 서성이며 가족을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하니, 콩나물이 밥 길을 콱 틀어막는다. 그늘이 있던 목숨들에게서 우러나오는 국물은 가끔 울음의 내장을 끌어올리는 힘이 있다. 쉽게 끊어지지 마라, 그대를 기다리며 울컥거리는 속내를 알고 슬그미 오실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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