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본에 충실한가?
나는 기본에 충실한가?
  • 충청타임즈
  • 승인 2014.05.22 19: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열린광장
권준철 <보령경찰서 112종합상황팀장 경감>

고1 딸이 하는 말이 아무리 생각해도 자기는 공부 머리가 아니란다. 이럴 때 뭐라 대꾸해야 하는지 잠시 망설였다.

그래도 기본은 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네가 제일 잘하고 재밌는 일이 분명 있을 거라고, 그걸 빨리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해준 걸 지금도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좀 말이 통한다는 친구들도 교육 얘기 나오면 기본을 강조하고, 퇴근 후 잘 가르친다는 학원에 애를 차로 날라다 주기 바쁘다. 그 기본이라는 게 도대체 뭔가? 소위 SKY대 나와 연봉 1억 받는 직장 구해 편하게 사는 거 말인가?

선박의 ‘평형수’는 예기치 않은 일로 배가 기울었을 때, 원상태로 복귀하도록 배의 맨 아래에 정량을 채워야 하고, 이것은 선적된 화물의 무게에 비례해야 한단다.

그럼 우리사회의 평형수는 무엇인가? ‘위기대응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성적 올리기만을 강요받으며 자기중심적으로만 살아온 이들은 남을 배려하기 어렵다. 이들이 지금의 어른들이요, 세월호 선장 같은 부류들이다.

미국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없다고 한다. 왜냐하면 모든 게 시스템에 의해 돌아가기 때문이다. 요건이 까다롭고, 갖추지 못하면 절대 허가가 안 난다고 한다.

우리는 어떤가 자격이 없어도, 요건을 덜 갖추어도 아는 사람 있으면 된다.

관피아가 뒤에 포진하고 안 되는 것도 다 되게 해준다. 그게 인맥이고 남자의 능력으로 평가된다. 인맥이 좋아야 승진, 출세가 가능하다는 건 우리사회에서 상식이 된 지 오래다.

나 또한 세월호 선장이 아닌지, 자문해 보아야 한다. 내가 직장에서 받는 보수만큼 조직을 위해 일하고 있는지 말이다. 위에서 지시하는 대로만 한다고 직장에 충실한 건 아니다.

같은 일을 해도 얼마나 진정성을 가지고 하느냐가 중요하다. 성과에 도움이 안 되면, 실적에 플러스가 안 되면 안하는 건, 진정 국민을 위한 공무원의 자세가 아니다.

국민을 외면한 채, 우리끼리만 바쁜 건 공무원의 ‘일’이 아니다.

경찰의 상황실은 112신고에 관한 한 ‘Contrl tower’이기에 위기시에는 순발력과 침착함이 동시에 필요하다.

매 순간 시스템 모니터링은 진정 국민을 위한 일이다.

국민이 가려워하는 곳을 긁어 주어야지 문서를 많이 만들어 내는 게 진정 국민을 위한 일은 아니다. 공무원들은 Red tape(번문욕례-繁文縟禮)을 멀리하고,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번문욕례(繁文縟禮)란 규칙이 너무 세세하고 번잡하여 비능률적인 현상을 말한다. 서양에서는 레드 테이프(Red Tape)라고 하는데, 방대한 양의 공문을 묶어 저장할 때 붉은 띠를 썼기 때문이다.)

미국의 사회학자 로버트 K머튼이 관료제의 부작용 중 하나로 지적한 바 있다.

원래는 명확한 규칙과 공정한 절차에 따라 사무를 처리하는 합리적인 시스템이, 형식적인 면에 예속됨으로써 비합리적 경향을 나타내게 된다는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