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개국가의 역사적 필연을 아십니까?
미개국가의 역사적 필연을 아십니까?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14.05.22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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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一筆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으로도 세월호 참사는 국가체계의 총체적 부실이 낳은 귀결이었고, 국민 모두가 이를 공감하며 사고 한달이 지나도록 그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참사의 와중에서 우리의 머릿속을 쉼없이 휘젓는 것이 하나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사고가 실제로 일어났고 또 이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벌어진 것에 과연 우리는 어디까지를 받아들여야 하느냐는, 이른바 ‘인식’의 문제였다. 난데없이 튀어나온 국가개조론 역시 이에 대한 조바심을 부추기는 꼴이 됐고 결국 이 한가지는 끝내 마음속에 단단하게 다져놓을 수밖에 없었다. 세월호 참사는 역사의 필연이라는 사실이다.

역사를 ‘필연법칙’으로 바라본 칼 마르크스와 실증주의자들은 “역사에서의 우연은 다른 사건과 필연적인 인과관계를 맺지 않는다”면서 ‘우연’은 역사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없다고 단정했다. 이래서 나온 것이 유물사관 즉, 인류역사는 최초 원시공동체 사회로 시작해 고대노예사회와 중세봉건주의, 근대자본주의를 거쳐 궁극적으론 프로레타리아혁명을 통해 공산주의로 진화한다는 필연의 역사관이다.

하지만 과거의 일에 인과관계를 밝혀 역사의 필연성을 찾으려 하는 사가들에게는 이런 논리가 버거울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나온 말이 ‘역사는 우연이 만들어낸 필연’이라는 것이다. 근대사에서 이를 대표한 인물이 독일문학 거장 슈테판 츠바이크였다. 그는 인류역사를 바꾸어 놓은 인물들의 극적인 생애를 한편의 소설처럼 엮어 역사에 대해 다음과 같은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역사를 바꾼 굵직한 사건들을 좌우한 것은 아주 작은 선택이나 실수에서 비롯됐다’

이를 지난 역사에 접목해 보면 이럴 것이다.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조금만 낮았다면 고대 이집트, 더 나아가 유럽과 세계문화는 크게 달라졌다. 운동을 좋아하던 전두환이 군인이 아닌 축구나 럭비선수가 되었다면 지금 대한민국 역사는 다르게 쓰여졌을 수도 있다.

세월호의 침몰은 비록 그것이 승무원 몇 명의 실수로 빚어진 사고, 우연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초래하기까지는 필연의 관계가 작용했고 우리 국민들은 이제서야 비로소 그 실체를 알아차리고 전율하고 있다.

막상 큰 사고가 터지자 이 나라에는 오로지 대통령 한 사람밖에 없었다. 받아쓰기만 하던 각료들은 구조에 뛰어들은 해경에까지 “높은 분 내려가니 시중부터 들으라”고 악다구니를 퍼부었다. 언론의 본질과 자존심을 지켜야 할 공영방송 책임자라는 사람은 유가족들이 길바닥에 쓰러지며 밤새도록 통곡해도 꿈쩍 않더니 청와대 정무수석 한마디에 가차없이 무릎을 꿇었다. 국회의원은 사고의 책임을 져야 할 기관 돈을 받아 외유를 즐겼고 고위 공직자들은 골프와 술접대를 받았다. 모든 게 엉터리고 거짓 뿐이다.

어느덧 민주주의 기본, 3권 분립조차 뿌리채 무너졌다는 생각에 국민들은 한달 내내 밤잠을 설치며 우울증까지 앓았다. 권력의 기생(妓生)이 된 입법에 통곡하고 권력의 내시(內侍)가 된 행정, 권력의 시녀(侍女)가 된 사법에 토악질을 하면서 말이다. 권력의 하수인(下手人)이 된 언론에 대해서는 서러운 눈물까지 쏟았다.

세월호 참사가 결코 우연이 아닌 부패한 대한민국의 ‘필연’이라는 것을 그때 이미 알았을까? 슈테판 츠바이크는 그의 책 <광기와 우연의 역사>를 통해 소름끼칠 정도로 지금의 대한민국에 딱 맞는 준엄한 경고를 내렸다. “인간의 삶에 아주 드물게만 내려오는 위대한 순간은 이를 장악하지 못한 인간에게는 모질게 복수한다.”

우리 사회의 광기(狂氣)로 빚어진 세월호 참사, 그리고 이를 계기로 우연하게 찾아 든 국가개조라는 역사적 대 명제, 그리하여 이를 제대로 장악해서 처방을 내리지 못한다면 박근혜 대통령 뿐만아니라 이 나라 5000만 국민이 앞으로 모질게 복수를 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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