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 온 그대
꽃으로 온 그대
  • 김혜식(수필가)
  • 승인 2014.04.20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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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의 가요따라 세태따라
김혜식(수필가)

습관은 제2의 천성이라고 한다. 나는 약속을 지키는 일과 타인의 일을 마치 내일처럼 하는 사람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이것도 습관에 해당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남의 일을 돕게 되면 내일 젖히고 해주는 성미라고 했지만 이것은 타고 난 것이 아니라 어려서 어머니로부터 받은 교육의 영향이라 생각한다. 어머니는 “남의 일을 보면 3년 상(喪)까지 봐줘라”는 말씀을 자주 하였다. 물론 어렸을 땐 그 말의 뜻을 제대로 알 리 없었다. 누가 나를 신뢰하고 일을 맡기면 완벽에 가깝도록 신경 써 최선을 다하는 게 몸에 뱄다.

세상은 너무나 많이 변했다. 그것도 급속도로 변했기에 느린 걸음으로 따라갈 수가 없다. 자신의 일 제처두고 남의 일에 정신을 쏟는 나를 보고 색안경을 쓰고 바라보는 이도 있다. 심지어 할 일이 그렇게 없느냐는 식으로 빈정대는 경우도 당한다. 대가를 바라고 그리한다는 눈치다. 하기야 지나친 애타심을 가진 사람이 토사구팽 당하는 경우를 보면 세상사가 공평하지만은 않은 성 싶다. 이로보아 공든 탑도 무너지나보다.

노모께선 세상을 천심으로 살라고 타이른다. 천심이 무엇인가? 하늘의 마음 아닌가. 말 한마디라도 남을 해코지 하지말고 원칙과 기본을 따르고 사람의 도리를 지키는 일도 천심이라면 우리는 이걸 지킬 의무가 있다. 세상 살아가는 이치를 살얼음판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만큼 세상 살기가 어렵고 조심스럽다는 뜻이다. 여기에 더더욱 무서운 것은 매사를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한다는 위험한 사고방식이다.

그야말로 4월은 참으로 잔인한 달이 되었다. 그럼에도 숭고한 꽃으로 피어난 젊은 여성에 관한 이야기는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이번 진도 팽목항 여객선 침몰 사건을 접하며 한 사람의 배려심이 얼마나 위대한 사랑의 결과를 불러오는지를 미뤄 짐작할 수 있었던 일이다. 22세의 어느 여 승무원의 살신성인 정신이 수십여명의 귀한 인명을 구하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타인에 대한 배려는 곧 자기 손해라는 등식으로 계산된다. 그 한 예로 자신의 목숨만 소중히 여겨 위험에 처한 승객들을 유기, 치사(致死)하게 한 세월호 선장의 이기심은 수많은 귀중한 인명을 잃게 하는 불행을 초래했다. 이걸 정리하면 인간은 이기심으로 뭉쳐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PC 게임장 가는데 방해가 된다고 두살 된 자식을 목 졸라 죽인다음 가방에 담아서 쓰레기장에 버린 비정의 아버지가 있는가 하면 얼마 전에는 8세 여아가 소풍을 보내달랜다고 1시간 가까이 두들겨 패 갈비뼈 16개를 부러뜨리고 그것도 모자라 만신창이 된 그 어린 것을 욕조에 처박아 넣어 숨지게 한 여인이 우리 주위에 있었다니 소름이 끼친다.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말을 인용해 본다. 눈을 돌려보면 민망할 정도로 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꽃은 사람의 마음을 부드럽게 아름답게 하는 요술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꽃>이란 제목의 유행가가 있다. ‘날 찾아오신 내님/ 어서오세요./ 당신을 기다렸어요./ 라이라이야 어서오세요/ 당신의 꽃이 될래요./ 사랑의 꽃씨를 뿌려/ 기쁨을 주고/ 서로 행복 나누면/ 니이라이라이 라야/ 당신은 나의 나무가 되고(생략)’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이렇듯 자연은 거짓말을 못한다. 씨앗은 참으로 정직한 것이다. 우리 인간도 씨앗을 닮았으면 좋겠다. 사랑을 품으면 사랑의 씨앗이, 정직하게 살면 정직한 씨앗이, 선을 품으면 착한 씨앗이 그래서 사악한 씨앗, 저주의 씨앗, 질투의 씨앗, 시기의 씨앗은 열매 맺지 못하도록 하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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