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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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9.27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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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들길에서

조 현 수

가을 들길을 걸었습니다.
외로운 굴뚝새는 숲으로 숨고
먼 저녁 끝에는 정처없는 노을이
이따금씩 지나는
기차의 뒤를 따라 산을 넘었습니다.

어두워진 저녁 끝에서 아직도 환한 당신
시리게 두발 적셔 건너는 개울가
들국화는 곱고 마음은 초승달로 뜹니다.

어디인지요
가을걷이 끝난 황량한 벌판에서
베인 상처 같은 지푸라기를 챙기며
슬픈 낟알들을 주워 올려 봅니다.

이대로 마르지 않는 바닥에서
푹푹 빠진 무릎으로 이 계절을 건너면
이내 내린 찬 무서리도 가슴 한 켠
들여놓은 빛으로 녹일 수 있을까요

저물수록 길어지는 긴 그림자
빈 가슴으로도 쓰러지지 않는 갈대
지금 나는
쓸쓸한 침묵 속에서 안으로 깊어지는
계절의 너그러운 대답을 듣고 있습니다.

<필자약력>
계간 시세계 시부문 신인상 수상
사진작가 (KAL PHOTO 회원)
시마을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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