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관심, 자녀 교육에 도움이 되나요?
부모의 관심, 자녀 교육에 도움이 되나요?
  • 최지연 <한국교원대학교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14.04.02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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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연 교수의 교육현장
최지연 <한국교원대학교 초등교육과 교수>

어떤 부모든 자녀의 선생님 앞에 서면 작아진다. 큰 돈을 움직이는 사업가들이나 죄를 판결하는 판사들도 아이의 선생님 앞에서는 머리를 숙이고 마음을 낮추는 것을 보면 이러한 현상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는 것이 분명하다.

지난 주간 필자도 가장 어려운 분, 아이의 담임선생님을 뵙고 왔다. 요즘은 학교마다 총회 시간을 저녁으로 잡고 담임선생님과의 만남도 늦게 준비해 직장을 가진 부모들도 참석하기 쉽도록 배려한다. 선생님들께서도 편안한 분위를 만들어 상담을 원활히 진행하고자 노력한다. 2010년도부터는 학부모 학교참여 지원사업을 정부에서 마련해 제공함으로써 학부모를 학교 교육활동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자녀교육에 열심히 참여하는 학부모, 교육은 정말 더 좋아지는 것일까?

일반적인 결론부터 말하면, 학부모가 학교 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자녀 교육에 도움이 된다. 이 결론은 실험에 의한 결과라기보다는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야기이다. 다시 말해 좋다는 것은 모든 사람이 알고 있으나 학생과 학교에게 어느 정도 유익한지 전문가들조차도 대답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미국에서 이뤄진 일부 연구에 의하면 중학교 이상 학생의 경우 학부모들이 숙제나 학업에 지나치게 참여하고 간섭할 경우 학업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될 수도 있다. 여러 연구에서 학부모의 학교 참여가 어떤 학생에게 유리한가 하는 연구 결과는 엇갈린다. 학년에 따라, 성별에 따라 유익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공통적으로 제언되는 결과를 보면 학부모가 학교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에 대해 자녀가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지 못하면 오히려 효과는 부정적일 수 있다는 것이 지론이다.

2012년 호주 Newington 예비대학 캠퍼스 Lindfield에서는 학부모의 학교참여 프로그램의 하나로 자녀들이 배우는 외국어 수업을 부모가 함께 공부하도록 하는 기회를 제공한 적이 있다. 이러한 경험 후 부모들은 자녀들과 함께 학습자가 되어 외국어를 공부하면서 서로 공감할 수 있었고, 자녀의 어려움이나 입장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고 응답했다. 외국어 수업이 잘 되었음은 물론이다. 뿐만 아니라 ‘부모가 함께 학습하기’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1만3000명 이상의 학생 역시 읽기 능력 향상에서 거의 100%에 육박하는 성공률을 보였는데, 부모와 함께 공부하는 것은 아이들의 자신감과 가능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이 프로그램이 종료된 이후에도 참여 가족의 90%가 서로 원활히 대화하며, 즐겁게 놀이에 참여하고 도서관을 방문하거나 가정에서 부모와 함께 책을 읽는 등 바람직한 교육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주 영국 BBC는 교장연합의 발표를 인용하면서 자녀가 수준 높은 학교교육을 받도록 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파트너가 부모라는 보도를 했다. 학생들의 일과시간은 오후 3시 반에 끝나지만, 부모의 학습 보조 역할을 통해 아이들의 일상생활이 자연스럽게 학습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저녁 식사를 위해 요리를 하면서 재료의 양을 함께 측정해본다거나,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면서 날씨를 비롯한 자연현상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눠 보는 등 삶이 곧 공부로 이어져야 학습 효과가 극대화된다. 그 연결고리는 부모가 만들어 줄 때 더욱 좋다.

맞벌이로 바쁜 현실을 고려하면 호주나 영국의 사례는 멀게만 느껴진다. 자녀교육의 효과는 자녀와 놀아주는 시간의 양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질에 달려 있다. 어떤 방식으로 무엇을 소재로 함께 시간을 보내는지, 얼마나 집중해 자녀의 질문과 흥미에 관심을 기울이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짧은 시간이라도 자녀의 학교 공부가 삶의 현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공부의 고리를 만들어주는 것, 부모의 이런 질높은 관심이야말로 자녀 교육의 핵심 키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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