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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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명철 <인형조각가>
  • 승인 2014.02.26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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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조각가 한명철의 손바닥 동화-길우물 이야기
한명철 <인형조각가>

“러시아를 지배하는 사람이 둘 있는데 차르(황제)는 정치를, 예술과 문화는 톨스토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모스크바 정 남쪽으로 좀 내려오면“뚤라”라는 곳이 있는데 그곳이 톨스토이의 고향이며 무성한 숲 속에 생가가 있고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조용한 숲길 옆에 잠들어 있습니다.

뚤라로 가는 길은 러시아를 상징하는 자작나무 숲이 끝없이 이어지지요.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사방 천 리 내에는 산이 없다고 합니다. 러시아 문학 기행으로 가본 그곳의 톨스토이 생가는 아담한 단층집으로 그가 살던대로 잘 보존되고 있었습니다. 신발 위에 덧신을 신고 다녀야 하는데 정말 배만 했습니다. 옷과 책상까지 그의 체취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그의 무덤은 길이 삼 미터 폭 오십 센티 높이에 일 미터 정도의 검은 대리석으로 아무런 장식 없이 되어 있고, 다만 맨 위에 고운 잔디가 잘 가꾸어져 있었습니다. 소박하지만 강렬한 느낌을 주었지요. 내외국 방문객이 많아 시간차 입장을 시키는데 특히 드레스를 입은 신부와 신랑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자본주의가 아직은 그곳까지 영향을 안 준 탓에 입구에서 파는 기념품은 동네에서 자작나무로 깎은 그릇이나 나무로 만든 것들을 그곳 동네 처녀들이 들마루 위에 몇 개씩 올려놓고 파는 데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인상깊었습니다. 나이 들어서도 늘 떠도는 꿈을 꾸어 기차 여행 중 사망했다고 합니다.

러시아의 긴 겨울과 긴 밤이 문학을 꽃피우는데 도움을 주었을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두 살에 어머니를 잃고 아홉 살에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나 고아가 된 그는 친척집을 돌아다니며 눈칫밥을 먹고 자라 내면의 관찰력을 키워 여성 심리학의 대가가 되었습니다. 결국 러시아의 빛나는 별이 되었고 세계문학사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작가가 된 것입니다. 아직도 생생히 기억되는 추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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