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져 가는 생활도구 <49>
잊혀져 가는 생활도구 <49>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9.21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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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한 모금에 고단한 한숨 달래
요즘 담배를 많이 피우면 폐암이 발생하고 여러가지 성인병이 발생한다는 언론보도가 빈번해 건강하게 오래 살고싶은 사람들의 심리를 자극, 남자 성인들의 흡연율은 줄어 들고 있는데 반해 청소년들과 여성들의 흡연은 오히려 증가해 걱정이라고 한다. 담배는 기호식품으로 남자들은 한번쯤 피워 봤을 것이다.

담뱃잎을 말려 칼로 잘게 썰어 약 7정도 길이의 얇은 종이로 말아 한쪽 끝을 입에 대고 반대쪽 끝에 불을 붙여 빨아들이면 매케하고 알싸한 연기가 허파로 들어갔다가 토해 낼때 흰연기로 나오는 모습이 '멋'스럽게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건강에 해롭다는 것을 알면서도 흡연을 하게되고 때로는 중독이돼 끊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담배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시기는 조선 광해군 10년(1634년) 일본으로부터 들어온 것으로 기록돼 있다. 그래서 담배를 남쪽에서 들어왔다고 남초(南草)라고 불리기도 한다. 담배는 황색연초라해서 특수작물로 재배돼 옛날에는 '전매청'의 허가를 받아 재배한 뒤 전량 수매를 했고, 지금도 한국담배인삼공사가 농가와 계약재배를 통해 생산되고 있다. 지금도 시골에서는 잎담배를 건조실에서 쪄 말린뒤 연노란 담뱃잎을 돌돌돌 말아 칼로 실고추 썰듯 잘게 썰어 '살담배'라해서 담뱃대에 넣어 피우거나 신문지 등 종이로 말아서 피우기도 하는데 파이프에 넣어 피우는 담배와 종이로 말아 피우는 연송이 있다.

담배를 한자어로 연초(燃草)라하여 담배와 관련된 기관명칭 등이 '연초재배,연초공장, 연초판매소' 등으로 불린다. 지금 흡연자들은 한국담배인삼공사 연초제조창에서 전자동 첨단기술을 통해 만들어진 종이로 만 담배(궐연)를 손가락 끝에 끼워 1회용 가스라이터로 불을 붙여 피우고 있다. 특히 작은 종이곽에 10~20개비가 저장돼 호주머니 등에 휴대가 용이해 얼마든지 흡연을 할수가 있다.

그러나 옛 민화를 보면 노인들이 사랑방이나 나무 그늘에서 긴 담뱃대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또 옛 영화나 사극을 보면 양반들이 갓을 쓰고 긴 담뱃대로 담배를 피우면서 때로는 담뱃대로 탁자 등을 탁탁 치면서 하인들을 호통치는 모습에 주눅이 들기도 한다.

이렇듯 옛날 어른들은 담배를 피울때 주로 담뱃대를 이용했다. 담뱃대는 긴 것도 있고 짧은 것도 있는데 긴 것은 가는 대나무를 사용했고, 짧은 것은 나무를 깎아 만들었다. 담뱃대는 나무나 특수재질로 깎아서 만든 '파이프 담뱃대'와 쇠로 '물부리'와 '꼬바리'를 만들고 중간에 가는 대나무를 끼워 만든 담뱃대가 있다.

조선시대 후반에 유행하기 시작한 담뱃대는 처음에는 담뱃주머니 속에 함께 넣고 다닐 만큼 길이가 짧았으나 양반들이 권세의 상징으로 들고 다니면서 '긴 장죽(長竹)'으로 발전했다.

담뱃대의 물부리나 꼬바리는 백동으로 만든 것이 고급품인데 백동은 구리 58%에다 니켈(주석)37%, 아연 5% 비율로 섞어서 담뱃대를 만드는데 주석의 비율이 많을 수록 하얀빛을 띠고 닦으면 반짝반짝 빛이 난다.

어릴적에 할아버지들이 눈이 어둡다며 손자들을 불러 담뱃대 청소를 시켰는데 철사 꼬챙이로 파내면 검고 끈끈한 니코친(댓진)이 나오는데 그것을 모아 두었다가 벌레에 물리거나 상처가 나면 바르는 상비약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담배가 남쪽에서 들어와 담뱃대 만드는 기술도 남쪽지방이 발달돼 마산, 울산, 남원, 임실, 안성 등에 공방이 많았다고 한다.

담뱃대는 담배를 피우는 도구이자 고관대작이나 부잣집 양반들의 권위를 상징하는 사치품이라 여겨 경쟁적으로 고급품이 요구되었고, 수요에 따라 금이나 은붙이까지 끼워 비싼 것은 200~300전짜리를 만드는 장인이 생겨 주문이 쇄도했다는 기록도 있다. 양반 권세가들은 집안에서는 보통 것의 담뱃대를 사용하다가 밖에 나갈때는 고급품을 가지고 다니며 신분을 과시를 했던 것이다.

사대부집 집안에 화롯불이 꺼지지 않는 것은 담뱃불을 붙이기 위한 구실도 됐고 쇠로 만든 부시로 차돌과 마찰시키면 불꽃이 튀는데 쑥이나 취를 말려 솜같이 부드럽게 만들어 그것에다 불을 붙여 담배를 피웠다.

현대들어 잎담배 재배기술과 담배가공기술이 발달돼 종이로 만든 '궐련담배'가 주종을 이루면서 담뱃대 사용이 줄어들자 장죽도 사라지고 관광지 등에서 기념품으로 판매되는 시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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