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여! 공복(公福)이 되라
공직자여! 공복(公福)이 되라
  • 김기원 <시인·문화비평가>
  • 승인 2014.02.13 18: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기원의 시대정신
김기원 <시인·문화비평가>

공직사회에 네 가지 부류의 공무원들이 있다.

출세 지향형, 업무 지향형, 관계 지향형, 보전 지향형이 그것이다.

출세 지향형 인물들은 매사를 자신의 입신양명에 초점을 맞춘다. 이들은 수평관계는 등한시하고 수직관계에 공을 들인다. 그래서 인사권이나 근평권을 가진 직속 상사나 영향력을 갖고 있는 실력자들에게 눈과 귀를 열어놓고 자신의 존재감을 끊임없이 어필한다. 초기에는 상사 눈에 들어 승진가도를 달리나, 업무능력과 리더십이 받쳐주지 못하면 상?管� 올라가는 데는 한계를 안고 있는 부류다.

업무지향형 인물들은 업무수행에 초점을 맞춘다. 일에 대한 성취욕구가 강해 일벌레처럼 일에 파묻혀 산다. 초기에는 비중 있는 업무를 맡지 못해 빛을 발하지 못하나, 진정성과 업무성과를 인정받으면서 승승장구하는 뒷심을 발휘한다.

관계 지향형 인물들은 상사와 동료 후배들 간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이들은 이런 저런 연줄모임도 잘 만들고 애경사도 잘 챙겨 주변의 인심을 얻는다. 민원인 응대는 물론 여론형성층과 소통도 잘해 승진 경쟁에서도 크게 뒤처지지 않는다.

보전 지향형 인물들은 적당히 자리보전하면서 정년까지 근무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골치 아픈 업무를 맡지 않으려 하고, 편한 자리를 선호하며, 자신의 취미나 여가활동에 공을 들인다. 그런 만큼 승진에 뒤처지는 부류다.

공무원은 공개경쟁으로 채용되든 특별임용으로 채용되든 일단 임용되면 법률에 의해 신분 보장을 받는다. 그러므로 범법이나 품위 손상에 저촉되지 않는 한 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다. 공직 특유의 인사시스템에 의해 승진과 전보와 좌천이 이루어져, 능력과 관운에 따라 공직 내 서열과 존재감이 달라진다.

하지만 기업처럼 연봉 값을 못한다고 해고되거나 보수가 삭감되지 않는다. 이런 연유로 철밥통이란 비아냥을 받기도 한다.

공무원은 국가 그리고 지역사회의 공익실현과 주민의 복리증진을 위해 기능하고 존재한다. 그러므로 창의성과 헌신성이 뛰어난 공무원들을 보유한 나라와 지역은 번영하고 그렇지 못한 나라와 지역은 퇴락함은 불문가지다.

공직이 좋아서 들어왔던 먹고 살기 위해 들어왔던 공무원은 공무를 업으로 하는 직업인이다. 좋은 공무원은 개인의 노력과 공직 내부의 자정문화에서 나오지만, 근원적으로 좋은 사회가 좋은 공무원을 만든다. 사회가 건강하면 공직사회도 건강해지고, 공직사회가 건강해지면 사회의 건강성도 견고해지는 상호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모름지기 공무원은 자신을 그 자리에 존재케 하는 원천이 국가와 주민들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므로 개개인의 철학과 노선, 개성과 취미가 달라도 공직에 임하는 자세만큼은 한결같아야 한다.

농경시대와 산업화 시대에는 공무원이 갑으로 기능했으나, 풀뿌리민주주의가 정착되면서 자연스럽게 주민이 갑이 되고 공무원이 을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인허가권을 쥐고 있다하여 갑 노릇하는 게 아니라, 공익과 공공선을 위해 인허가권을 위임해준 주민을 갑으로 섬기며, 을의 자세로 겸손되이 공직을 수행해야 한다.

설 명절도 반납하고 혹한에 AI방역을 위해 헌신한 공무원들의 노고를 주민들은 안다. 그런 공무원들이 있기에 주민들은 안도하고, 실의에 빠진 축산 농가들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이 땅의 공직자를 사랑한다. 공무원들이여! 이제 공복(公僕)을 넘어 공복(公福)으로 거듭나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