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자각과 반성의 출발
안녕하십니까? 자각과 반성의 출발
  • 오창근 <칼럼니스트·충북참여연대 사회문화팀장>
  • 승인 2013.12.18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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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오창근 <칼럼니스트·충북참여연대 사회문화팀장>

새누리당 당 대표인 황우여 의원이 원내대표로 있을 때 기자 간담회를 통해 “한나라당 쇄신의 핵심은 등록금 문제다. 대학교 등록금은 최소한 반값으로 인하했으면 한다.”는 발언은 반값등록금 문제를 사회적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게 했다.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각종 집회가 줄을 이었고, 당시 한나라당과 민주당 또한 반값등록금 대책에 부심했다.

이런 사회적 관심에 동조해 전국대학평균 5.4%의 등록금 인하라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이는 학생과 학부모가 원하는 실질적인 반값등록금과는 거리가 멀어 생색내기라는 비판에 직면했지만 그나마 서울 시립대의 반값등록금 결정에 힘입어 강원도립대, 충북도립대가 반값등록금을 순차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발표하는 등의 소기의 성과를 얻었다.

그런데 정작 자신의 문제인 대학등록금에 대해서 대학생의 목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 것이 의아했다. 필자는 ‘충북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네트워크’라는 연대기구의 실무를 보고 있어 대학생들이 자신의 문제에 대해 목소리 내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청주에 있는 각 대학 총학생회장들과 전화 통화를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답변은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전혀 관심이 없다는 의견부터 대학등록금 문제를 두고 구성된 단체의 순수성이 의심돼 진의를 확인해보겠다는 답변, 그리고 한 총학생회장은 “우리 대학의 등록금이 비싸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고, 다른 대학에 비해 싸서 걱정”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반값등록금에 대해 대학생들이 느끼는 체감이 생각했던 것과 너무도 달라 당혹스럽기까지 했었다.

2012년에 대학가는 반값등록금, 사회문제보다도 자기최면과도 같은 힐링 열풍이 몰아쳤다. 실업문제, 취업해도 절반은 비정규직이 될 수밖에 없는 절망감과 불안감을 상업화된 힐링문화가 교묘히 파고들었다. 서점에는 자기계발서가 넘쳐나고, TV에는 멘토를 자처하는 유명인의 강연과 프로그램이 경쟁적으로 생겨났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경쟁사회가 주는 피로감을 일시적으로는 달래줄 수 있으나 해법은 될 수 없다. 잔혹한 현실은 늘 현재의 삶에 상존한다. 이는 현실의 고통을 잠시 잊기 위해 각성제를 남용하는 것과 같으며, 롤모델(role model)을 자신과 동일시하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고려대 학생의 ‘안녕하십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파문을 낳고 있다. 안녕하던 안녕하지 않던,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사회문제를 내면화하고, 고민하는 출발점임에는 틀림이 없다. 모든 결과의 책임을 자신이 떠안고 자책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결과’, ‘내 노력만으로 될 수 없는 상황’을 사회적 환경과 구조적 모순 때문이라는 현실에 대한 직시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갖고 고민하는 것조차 사치로 여겼던 대학가의 자기반성과 같다. 또한, 사회적 갈등에 대한 관심으로 힐링이라는 소극적 안위의 개념에서 벗어났다는 데 의미가 있다.

‘안녕하십니까?’란 말은 자문(自問)이며 반문(反問)이다. 대자보 내용의 사실관계를 떠나 그들만의 새로운 언어로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다. 자발성으로 기초한 새로운 운동은 큰 울림으로 대학, 고등학교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 정치와 사회적 무관심에 대한 고백과 성찰이 확산되는 중요한 이유는 순수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충북의 대학가도 이에 동조하고 나섰다. 성공한 사람의 강의를 들으며 그렇지 못한 자신을 자학하기보다 토론과 대화, 사회적 문제에 대한 갈등의 담론에 자신을 던져 봄으로 실체적 진실 앞에 다가서려는 작은 노력으로 평가할 수 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아니라 아픔의 연원을 궁구하며 자가진단과 처방을 내놓은 노력, 그것이 젊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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