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 공부를 도와줍니다
퀴즈, 공부를 도와줍니다
  • 최지연 <한국교원대학교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13.12.18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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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연 교수의 교육현장
최지연 <한국교원대학교 초등교육과 교수>

TV프로그램 중 시청자들로부터 꾸준한 인기를 유지하는 장수프로그램에는 퀴즈프로그램이 많다. 필자의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면, 일요일 아침마다 트럼펫 협주곡으로 시작하는 친숙한 오프닝 음악이 인상적이던 장학퀴즈가 있었다. 전국의 수재들이 모여 경연을 펼치던 박진감 있는 장면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최근에는 포맷이 조금 바뀌었지만, 장학퀴즈는 방송사를 바꿔 명맥을 유지 중이고, 학교마다 찾아다니며 함께 퀴즈를 풀고 골든벨을 울리는 프로그램도 꽤 오랫동안 인기를 누리고 있다. 알쏭달쏭한 문제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야기한 답에 사회자가 외쳐주는 ‘정답’ 소리는 뭔가 막힌 것이 뚫린 듯한 시원한 쾌감을 주니 퀴즈는 만인의 인기 프로그램일 수밖에 없다.

인기를 먹고산다는 TV프로그램에서도 살아남는 확실한 능력을 보인 퀴즈가 교실에서는 어떨까?

지난달 뉴욕타임즈의 보도에 따르면 대학 수업의 중간고사나 기말고사보다는 자주 퀴즈 형태로 시험을 보는 것이 학생들의 학습에 더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미국 텍사스 대학 연구팀은 심리학 개론 수업을 들은 학생 901명을 대상으로 퀴즈와 학업성취도의 상관관계를 조사하였는데, 수업 중에 노트북 지참을 허용하고 온라인 등을 이용한 퀴즈 형식의 시험을 자주 치른 집단에서 학업성취도 향상이 있었다.

연구 대상이 된 심리학 개론 수업은 2010년 가을학기에도 개설된 것으로 935명이 수강한 그때의 수업에서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만 치렀다. 수업을 진행한 교수는 2011년 가을학기 수업에서는 노트북을 지참할 수 있다고 수업 첫날부터 안내하고, 중간, 기말고사와는 별도로 간략한 퀴즈를 자주 치르도록 하였다. 2010년과 2011년 수강생의 성취도를 비교해보니, 2011년 심리학 개론 수강생들이 2010년에 같은 과목을 들은 935명의 학생보다 학업성취도가 높게 나타났으며, 같은 질문 17개의 성적을 비교했더니 2011년 학생들의 점수가 10%가량 높게 나왔으며, 전반적인 학점도 2011년 학생들이 높았다.

연구팀은 이번 비교를 통해 디지털 기기가 학생들의 주의를 분산시킨다는 통념과 달리 오히려 학습효과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평가하면서, 학생이 많은 강의실에서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시행되었는데, 즉각적 대응 전략이라 이름 붙여진 수업 방법을 일반물리학 수강생 34명에게 적용하였고, 온라인 퀴즈 예습, 수업, 수업 후 퀴즈 복습을 통해 수업이 이루어졌다. 연구 결과 학습태도로서 자신감, 자기주도적 학습 등에서 유의미한 성과가 있었고, 학업 자신감과 성취도 사이에는 유의미한 상관이 있음이 밝혀졌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통해 볼 때, 퀴즈는 평가 도구뿐만 아니라, 학습을 촉진하고 학업에 자신감을 느끼게 하는 중요한 학습동기화의 수단이 된다는 것도 알 수 있다. 또한, 퀴즈의 좋은 점은 경쟁을 통해 즐겁게 평가에 임할 수 있어 학습 흥미를 유지하기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좋은 수업 아이디어를 나누는 워크숍에서는 학생이 만든 퀴즈 문항을 평가 문항으로 이용해 호평을 받기도 하였다고 한다. 물론 퀴즈가 능사일 수는 없다. 그러나 평가를 단지 성취도 사정으로만 이용하는 형편을 고려해보면, 우리 교실에서의 다양한 퀴즈 활용을 통해 평가와 학습 태도 신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안이 되지 않을까 하는 낙관적 상상을 해보는 것이다.

퀴즈! TV를 사로잡은 저력으로 우리 아이들의 공부를 잡아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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