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아! 희망봉(Cape Point)이다
<46>…아! 희망봉(Cape Point)이다
  • 박상옥 <다정갤러리 대표·시인>
  • 승인 2013.12.1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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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아프리카 여행기

박상옥 <다정갤러리 대표·시인>

고속도로 통행료를 안 받는 남아공에서 유일하게 통행료를 받는 도로. 챔프만 스피크로드로 희망봉을 향한다. BBC 선정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드라이브 길로 선정되었다는 도로는 날씨 탓인지 우리 동해의 아름다움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길옆 낮은 관목에 핀 꽃들이 바위와 초원사이에 깔려 있다.

희귀종이라 쿠르거에서도 못 본 엘란드(Eland)라는 영양과의 커다란 동물 네마리가 보인다. 타조 세마리가 천천히 우리 차의 방향으로 점잖게 걸어가며 우리를 바라본다. 특별히 많은 동물을 만난 여행이건만, 동물이 나타나면 바로 감탄사를 연발할 준비가 되어 있으니 여행의 자세는 되었다. 길은 1910년 죄수들의 노동력을 이용하여 만든 도로이면서 100년의 역사가 무색하도록 잘 만든 도로라니 가치가 느껴진다.

희망봉이 바라다보이는 케이프포인트에서 치즈를 얹은 바닷가재로 점심식사를 한다. 음식은 폼만 대단하고 그다지 먹을 것도 없지만, 희망봉의 주차장까지 가는 72km 길은 주변 경관과 함께 더없이 아름답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20분쯤 걸어 올라가는 등대 길은 세찬바람에 내장까지 깨끗이 씻기는 듯 청청하다. 자연과 사람이 어울리니 걸음마저 가뿐하게 하는 위력이 있는 듯, 등대로 올라가는 쿠니폴라를 안타길 정말 잘했다. 정상의 등대는 바다에서 보면 너무 높아 안개에 가려 잘 안보이므로 전망대의 역할만 한다지만 위용이 멋지다.

내가 알고 있던 희망봉은 아프리카 최남단이 아니라 서남단인 아굴라스(Agulhas) 곶이었다. 아굴라스 곶이 인도양과 대서양이 만나는 분기점이라는 학자도 있고, 바다 수온과 해양생물의 분포 어종을 조사해 희망봉이 분기점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단다. 두 주장이야 어찌되었든 희망봉에서 내려와 다시 4km를 가서 만난 진짜 희망봉(Cape Point) 앞에는 다양한 국적을 가진 이들이 희망봉이라 새겨진 팻말 앞에 줄을 서서 사진을 찍고, 소원을 빌기에 나도 가족과 떠오르는 얼굴들의 평안을 빈다.

예전에 케이프타운의 항구로 잘못알고 들어오는 배가 워낙 많아서 이름이 붙여진 False Bay를 보고 아프리카에만 살고 있다는 펭귄을 보러 볼더스피치로 간다. 자카스펭귄은 따스한 환경에 적응하느라 아주 작아진데다 어려선 수영도 못하고 털갈이를 몇 번해야 수영을 할 수 있다. 어른 펭귄이 되면 아이라인처럼 눈 주변에 색이 드러나고 지문 역할을 하는 각기 다른 무늬를 지닌 볼더스비치의 주인이다.

정부의 보호로 바위와 해변에 펭귄아파트를 지어줄 정도로 환경이 조성되어, 철새이므로 그리 많지는 않은 계절임에도 그 무수한 숫자가 놀랍다. 펭귄하면 떠오르는 얼음하나 없는 곳에서 만난 아프리카 펭귄은 크기는 50센티 안팎, 짧아서 더 귀엽고 위태로운 걸음걸이의 앙증맞음에다, 사람에 대한 경계심까지 없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지켜보다 퍼뜩 돌아선다.

여행은 목적지가 있어서 편안하다. 그것이 덜커덩 거리는 버스이던 힘겨운 걸음이든 정해진 장소까지 가서 뭔가를 본다거나 상황을 접할 거란 확실한 일정이 있어서 편안하다.

기차나 버스나 비행기 자전거나 끝내는 내 다리로 걸어가 가까이 볼 수 있어서,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 축복이다.

보지 않고 전하게 되면 거짓말을 낳거나 보태게 될 터. 그래서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않았겠는가. 아프리카에 대한 선입관이 수시로 전복되는 경이로운 여행의 끝자락, 돌아갈 날이 점점 가까워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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