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질문 해 보셨나요?
이런 질문 해 보셨나요?
  • 백승만 <충주소방서 소방행정팀장>
  • 승인 2013.12.12 20: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열린광장
백승만 <충주소방서 소방행정팀장>

안전시설은 무엇이 있나요?

아파트 모델하우스에서 위와 같은 질문을 한다면 어떤 반응이 일어날까요?

씽크대는, 벽지는, 평수는, 바닥은, 전망은…. 여기에 ‘안전시설은’이라는 말은 들어볼 수가 없습니다.

안전은 누가 해주는 것이기 보다는 스스로 만들어가고 권리를 찾을 때 지킬 수 있고 탄탄해진다. 안전을 요구하는 수요가 많아지면 공급자는 그 분야에 더욱 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안전에 대한 최소한의 지켜야 할 사항으로 그 이상의 것은 시민의 안전의식으로 높여가야 수준 높은 안전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필자는 모 외국인 회사 준공식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준공식 시작에 앞서 가장 먼저 사회자가 하는 멘트가 인상깊었다. 국내 행사장에서는 듣지 못했던 안전에 대한 설명이었다. 안전시설은 무엇이 있고 화재시 어떻게 대피하면 되는가 하는 안내 방송이었다. 선진 기업의 안전의식에 찬사를 보낸다.

기억 하시나요?

14년전 씨랜드 화재로 사망한 19명의 유치원생들을. 그때, ‘아이들이 지내야할 그 곳의 안전은 어떤가요?’ 하고 질문만 했어도….

흔히 건축은 ‘인간의 생활을 담는 그릇’이라거나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라고도 한다. 즉 생활을 담는 공간이기에 인류에게는 필수적인 존재이며 당대의 사회상을 반영하는 척도가 된다. 그러나 산업화와 도시화 이후 건축이 자산적 가치를 지니면서 오히려 안전에 대한 의미는 부정적으로 변하였다.

초고층 건축에 대한 한국 기술자들의 역량은 이미 세계적으로 입증되었으나 매일같이 발생하고 있는 화재를 보면서 이에 걸맞는 안전에 대한 의식은 아직도 부족함을 느끼게 한다.

사이렌(SIREN)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여신 이름에서 유래됐다. 사이렌은 지중해 연안에서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 근처를 항해하는 선박의 선원들을 유혹해 바다에 빠져 죽게 했다고 한다. ‘유혹의 덫’인 셈이다.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의 로고에 나오는 여자도 사이렌이라고 한다. 커피의 향으로 사람들을 유혹하겠다는 뜻을 담았다고 볼 수 있다. 편리함과 경제성이라는 유혹의 덫에 빠져 안전 불감증에 걸려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봐야 한다.

사이렌 소리는 구멍 뚫린 두장의 판 사이로 바람을 넣어 판을 돌리면 두 판의 구멍이 마주치면서 바람이 통과할 때 음이 증폭되는 원리다. 사이렌 소리는 경고와 신호의 의미를 띠고 있다. 사람들의 주목을 끌기 위해서 자극적인 주파수(파장) 및 주기를 갖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무척 거슬릴 수밖에 없다.

일부 시설에서는 벨소리가 시끄럽다며 작동을 정지시킨 곳도 있고, 사설 구급차들이 응급환자가 없는데도 사이렌을 크게 울리며 운행하거나 레커 차량이 현장에 먼저 도착하기 위해 싸이렌을 울리며 질주하는 경우도 있지만 화재나 119 긴급 출동시 싸이렌이나 비상벨은 생명의 소리나 다름없다. 화재나 응급환자 이송시 분초를 다투는 긴급상황에서 환자나 가족들을 생각한다면 철저한 관리와 긴급차에 대한 신속한 양보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여신 사이렌은 아름다운 노래로 뱃사람들을 홀려 바다에 수장시켰지만 긴급차량의 사이렌은 귀엔 거슬려도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소리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