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파기
우물 파기
  • 한명철 <인형조각가>
  • 승인 2013.10.15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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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조각가 한명철의 손바닥 동화-길우물 이야기
한명철 <인형조각가>

옛 어른들의 간찰(편지)에 대해 관심이 있었지만 두 서너점만 가지고 있었는데요. 건강이 나빠져 오랫동안 치료를 하게 돼 정신적으로 침체된 상황이 됐을때 이럴 때 정신을 쏟는 우물파기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해 간찰 모으기를 선택했습니다.

일년이 조금 더 걸려 목표했던 30명의 편지를 바인더에 끼우고 그 옆에 연구자료(?)를 만들어 완성을 했습니다.

명세표를 만들어 앞장에 끼우고 우물파기 작업을 일단 끝냈습니다. 이후에도 계속될지는 모르지만 우물에 가득 고인 싱싱한 생수는 바라 보기만해도 좋습니다. 언제든 이것은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좋은 자료가 될것입니다.

제일 첫장엔 임진왜란 전에 당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한량 백호 임제의 시가 있습니다. 서도 병마사 발령을 받고 평안도로 가는 길에 개성의 황진이 무덤에가서 술 한잔을 붓고 시 한수를 지었는데, 이 일(청초 우거진 골에 자는가 누웠는가….)로 조정의 대신들에게 괘씸죄로 찍혀 임지에 도착 했을 때 이미 파직을 당했던 일은 유명한 일화지요. 나주 임제 백호문학관에도 없는 간찰을 구했을 때 과연 이것이 진짜일까 했던 우려는 창비시선 '백호시선'을 보고서야 버릴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서른번째는 의병활동과 도끼상소로 유명한 대쪽선비 최익현선생의 간찰입니다. 다산 정약용, 암행어사 박문수, 벽초의 증조부이며 추사의 친구였던 홍우길의 간찰도 있습니다. 간절히 바라면 이뤄진다는 걸 증명한 자료로 우물파기의 근사한 흔적입니다.

이후에 어떤 우물을파게 될지는 알수 없지만 값진 교훈을 얻은 도전이었습니다. 그사이 건강도 좋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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