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노 리베라가 주는 교훈
마리아노 리베라가 주는 교훈
  • 임성재 기자
  • 승인 2013.10.01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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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재의 세상엿보기
임성재 <프리랜서 기자>

지난 9월 27일, 2013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 대 템파베이 레이스의 경기가 열리고 있는 뉴욕 양키스타디움. 8회초 1사후, 4대 0으로 양키스가 지고 있는 상황에서 양키스의 마무리 투수 마리아노 리베라가 마운드에 올라섰다.

그는 2타자를 범타로 처리하여 8회를 마무리하고 9회에도 2아웃까지 잡아냈다. 이때 양키스는 투수교체를 선언했다.

감독이나 투수코치 대신 리베라와 함께 입단하여 양키스의 황금시대를 열었던 동료 투수 앤디 페티트와 주장인 데릭 지터가 마운드에 올라왔다. 그리고 리베라와 긴 포옹이 이어지고 리베라는 동료의 품안에서 많은 눈물을 흘렸다.

4만여 홈 관중들은 모두 일어서서 박수와 눈물로 화답했다. 리베라는 마운드를 내려와 덕 아웃에서 감독과 코치, 선수들과 일일이 포옹하고 리베라를 연호하는 홈 팬들을 향해 다시 그라운드로 나섰다. 모자를 벗어들고 두 손을 들어 관중들을 향해 인사하는 동안 양키스타디움은 박수와 함성과 아쉬움의 탄식으로 가득 찼다.

상대팀 선수들도 덕 아웃에 일렬로 도열하여 한 시대를 풍미하고 마운드를 떠나는 리베라에게 경의를 보내고 있었다.

중남미에 위치한 파나마에서 가난한 어부의 아들로 태어난 리베라는 20살에 미국으로 건너와 마이너리그에서 5년을 보내고 1995년 뉴욕 양키스에 입단했다. 그리고 18년 동안 양키스의 마운드를 지키며 1114경기에 출전해 82승 60패 652세이브, 통산 방어율 2.21이라는 결코 깨질 것 같지 않은 경이적인 기록을 남겼다.

양키스의 수호신, 마리아노 리베라. 떠나는 그의 모습이 더욱 빛나는 것은 43살인 올 시즌에도 6승 2패 44세이브에 방어율 2.15라는 전성기 못지않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는 것과 구단의 간곡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선교사로서 불우한 어린아이들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정상에서 물러나는 그의 용기 때문이다. 마리아노 리베라의 아름다운 은퇴경기 모습을 보면서 내 가슴은 고동쳤다. 그것은 야구선수 리베라가 이뤄낸 경이적인 기록보다도 자신의 목표를 향해 절제하고 단련해나가는 과정 속에서 겪어야 하는 인간적인 갈등과 아픔을 극복해낸, 아무나 쉽게 넘어서지 못하는 그 의지력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아쉬움이 밀려왔다. ‘우리는 이렇게 아름다운 떠남을 본적이 있었던가?’ 하는 생각 때문이다. 우리는 대통령조차도 아름답게 떠나보낸 기억이 없다. 본인 스스로는 국민을 위해 봉사했다는 사람들 중에서도 국민들의 박수를 받으며 명예롭게 떠난 사람이 떠오르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고 많은 고위직 관료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자리를 떠났다. 어느 누구도 박수를 받기는커녕 지탄의 대상이 되어 밀려났다. 최근에는 채동욱 검찰총장과 진영 복지부장관의 사퇴를 둘러싸고 많은 정치적 계산법이 등장한다. 떠나려는 사람과 붙잡으려는 사람의 논리와 계산만 있을 뿐 정작 국민은 구경꾼에 불과하다. 이런 떠남에서 아름다운 감동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감동은 순간의 느낌이 아니다.

마리아노 리베라의 은퇴경기가 감동스러웠던 것은 그가 펼친 경기력보다 그가 살아온 삶이 팬들의 뇌리에 아름답게 각인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떠날 때의 그의 모습과 보내는 이의 마음은 결국 그가 살아온 그동안의 삶에 대한 결정체의 투영일 것이다.

이제 우리도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알고 떠나는 당당하고 아름다운 뒷모습을 바라보며 아쉬움 속에 그 누군가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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