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벌레
박 성 우소금을 파먹고 사는 벌레가 있다.
머리에 흰 털 수북한 벌레 한 마리가
염전 위를 기어간다 몸을
고무줄처럼 늘렸다 줄였다 하면서
연신 소금물을 일렁인다.
소금이 모자랄 때
제 눈물을 말려 먹는다는 소금벌레,
소금물에 고분고분 숨을 죽인 채
짧은 다리 분주하게 움직여
흩어진 소금을 쉬지 않고 끌어 모은다.
땀샘 밖으로 솟아오른 땀방울이
하얀 소금꽃 터뜨리며 마른다.
소금밭이 아닌 길을 걸은 적 없다 일생 동안
소금만 갉아먹다 생을 마감한 소금벌레
땡볕에 몸이 녹아내리는 줄도 모르고
흥얼흥얼, 고무래로 소금을 긁어모으는
비금도 태산 염전의 늙은 소금벌레 여자
짠물에 절여진 세월이 쪼글쪼글하다.
<필자약력>
1971년 전북 정읍 출생
원광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동대학원 박사과정 재학 중.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200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
현 전주전통문화중심도시추진단 홍보팀장
전주대학교 평생교육원 출강
2002년 시집 <거미>(창비)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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