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명세 감독과 하고파 선택한 작품… 아쉬움 남아"
"사실 이명세 감독과 하고파 선택한 작품… 아쉬움 남아"
  • 충청타임즈
  • 승인 2013.09.23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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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파이' 철수역 설경구
이명세·윤제균 갈등… 신인감독 이승준과 메가폰 잡아

"촬영 내내 윤 감독에 화풀이… 말없이 받아줘서 고마워

첫 생각과 다르지만… 남녀노소 즐겁게 관람 위안 삼아"

“이승준 감독에 대해 평가해주시죠.”

코믹 액션 ‘스파이’에서 직업이 ‘스파이’인 평범한 대한민국 40대 가장 ‘철수’를 열연한 설경구(45·사진)에게 이 영화로 연출 데뷔한 이승준(35) 감독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런 경우 거의 모든 배우는 “신인 감독답게 참신했다”, “신인 감독 같지 않게 능수능란했다” 사이에서 예의 섞인 칭찬을 쏟아낸다.

그러나 설경구는 달랐다.

“고생한 이 감독에게는 정말 미안하지만 원래 이 작품을 준비했던 이명세 감독님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이 감독을 평가하지는 못할 것 같네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스파이’는 이명세(56)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1000만 관객 영화 ‘해운대’(2009)의 연출자이자 국내 최초 3D SF 블록버스터 ‘7광구’(2011)의 제작자인 윤제균(44) 감독이 제작하는 ‘미스터 K’였다.

크랭크 인은 2012년 3월에 했지만, 이 감독은 2009년부터 윤 감독과 호흡을 맞추며 이 작품을 준비해 왔다. 이 감독은 한국 최고의 비주얼리스트, 윤 감독은 자타공인 흥행 귀재다. 성향이 전혀 다른 두 사람이 손을 잡았다는 것 만으로 영화계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왔다. 그러나 결과는 우려의 현실화였다. 지난해 3월 크랭크 인 이후 태국 로케이션을 거치며 10회차까지 촬영하는 사이 양측은 극심한 갈등을 빚었고, 그해 4월 결국 갈라서고 말았다. 감정 대립 끝에 법정 공방까지 예고됐다.

파문이 드센 상황에서 누가 거장이 내려놓은 메가폰을 이어 받을 것인가로 관심이 쏠렸다. ‘해운대’, ‘퀵’(2012) 등의 조감독 출신인 신예 이승준 감독이 독이 든 성배를 안았다. 다행히 설경구를 비롯해 문소리(39) 다니엘 헤니(34) 등 출연진은 그대로 남아줬다. 이 감독은 다시 새롭게 찍어 새 이름 ‘스파이’로 5일 개봉했다. 예정대로였다면 지난해 하반기 중 상영됐을 작품이 1년 가까이 미뤄진 것이다.

마침 설경구가 2011년 촬영한 ‘타워’(감독 김지훈)도 재난 영화다운 후반 작업으로 인해 1년이나 더 걸려 지난해 12월 개봉하게 됐다. 설경구가 올해 6월 ‘감시자들’(감독 조의석·김병서), 9월 ‘스파이’에 이어 10월 ‘소원’(감독 이준익)까지 4연속으로 작품을 선보이게 된 저간의 사정이다.

이름부터 달라진 ‘스파이’는 그야말로 제작자 윤 감독의 색깔이 많이 묻어나는 코미디가 됐다. 추석 시장에서 당연히 성공이 예고된 장르다. 그러나 2003년 ‘실미도’(감독 강우석), ‘해운대’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1000만 배우’ 타이틀을 두 개나 가져 흥행에 여한이 없을 설경구로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설경구는 “사실 이명세 감독님과 해보고 싶어서 선택한 작품이었어요”라고 털어놓았다.

“그동안 수많은 영화를 해왔지만 스타일리시한 작품이 없다는 아쉬움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거든요. 그런데, 이 감독님과 함께할 수 있다니 정말 반가웠습니다. 지금껏 꽉 막혀있던 뭔가를 막 풀어낼 수 있을 것 같았죠. 게다가 이명세와 윤제균이라니 안 어울릴 것 같은, 정말이지 흥미로웠어요. 아마 그때는 저도 좋은 쪽으로만 바라봤던 것 같아요. 위험할 수 있다는 것에는 눈 감아 버린…. 정말 준비 많이 했어요. 영화에 필요하다고 해서 탱고도 배웠고, 롤러 블레이드까지 타봤으니까요.”

이 감독의 하차는 설경구에게 큰 충격이었다. 대신 제작자 윤 감독이 스트레스를 푸는 타깃이 됐다.

“솔직히 윤 감독이 미웠어요. 그래서 찍는 내내 윤 감독 구박을 정말 많이 했답니다. 쌓이는 모든 스트레스를 윤 감독에게 원 없이 풀었네요. 원래 저와 윤 감독이 친하기도 했지만, 제 모든 분풀이를 말 없이 받아준 윤 감독이 정말 고마워요.”

처음 생각했던 작품으로 탄생한 것이 아니어서 배우로서 실망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나름대로 재미있는 코미디가 돼 남녀노소를 모두 즐겁게 해준다는 점으로 위안을 삼고 있다.

이명세 감독과의 못다한 작품에의 꿈은 언젠가 꼭 이루고 싶다.

“이 감독님, 어서 빨리 그런 기회가 왔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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