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문화를 위한 여러 제안
독서문화를 위한 여러 제안
  • 연규민 <칼럼니스트>
  • 승인 2013.09.10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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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규민 <칼럼니스트>

“그래요. 책이 좋아요.” 독서의 달 9월을 알리는 엄마와 아기가 함께 그림책을 보는 포스터에 들어 있는 글귀다. 책을 읽어야 한다는 이야기에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그럼에도 책을 잘 읽지 않아서 책을 읽게 하려는 운동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제 한 번 정도는 독서를 하는 방법에 대해 진지하게 되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책을 읽는 것 말고 책을 듣는 것은 어떨까? 요즘 전자우편을 통해 전달되는 문장배달 서비스를 받고 있다. 문학작품 중 멋진 구절을 골라 유명한 작가가 배경음악을 깔고 낭송해 주는 것이다. 피곤할 때나 마음이 심란할 때 잠시 눈을 감고 들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물론 알게 모르게 내 표현력이 향상되는 건 덤이다.

EBS 책읽어주는 라디오는 인터넷누리집이나 104.5 FM에서 들을 수 있다. 지난해 봄부터 시작했는데 이용하는 분들에게 무척 인기가 많다. 하루 11시간 책을 읽어준다. 장시간 운전하는 이들도 좋아하고, 사무실에서는 인터넷으로 집에서는 라디오로 듣는다는 분들도 있다. 대부분의 방송이 책과 관련해서는 심야나 새벽에 편성해 보기도 어렵다. 그마저 시청률이 낮다고 폐지되기 일쑤다. 그런 점에서 보면 EBS의 책읽어주는 라디오는 칭찬할만한 방송이다.

‘책 읽는 택시’는 아직 시범사업이지만 눈길을 끄는 사업이다. 숭실대학교와 서울 송파구, 그리고 EBS가 함께하는 사업이다. 인문학적 감성을 나누고 모두가 책을 즐기는 문화를 조성하자는 취지에서 지난해 9월 시작했다. 현재 50대를 운영 중인데 곧 100대로 늘릴 예정이다. 택시 안의 주파수를 책읽어주는 라디오에 고정하고 달린다. 손님과 짧은 시간이지만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손님은 다 듣지 못해 더 듣고 싶으면 큐알코드를 이용해 계속해 들을 수 있다. 책읽는 버스나 책읽는 카페를 운영하겠다는 지방자치단체도 등장하고 있단다.

거실을 서재로 만드는 움직임이 한 동안 유행한 적이 있다. 거실의 멋진 테이블에 앉아 책을 읽고 이야기하는 가족들의 모습은 상상만 해도 멋지다. 어른들이 가끔 물어 보신다.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소리가 무엇인지 아느냐고? 어린 아기 젖 넘기는 소리와 자식이 책 읽는 소리란다. 공감백배다. 눈으로만 읽기 지루하면 가족들이 돌려가며 낭랑하게 읽어주면 행복도 배가 될 터이다.

독서진흥시책 중에 초등학생 독서퀴즈대회 ‘어린이 독서왕’ 같은 프로그램은 논란이 많다. 독서가 또 하나의 점수 따기 경쟁이 된다. 독서의 즐거움을 경험하지 못한 채 선정 도서 암기에 매달리게 된다. 결국 책을 멀어지게 한다. 논술이란 시험으로 학생들이 책을 읽도록 유도하겠다는 시책도 비판이 많다. 우리 사회에선 점수를 얻기 위해 암기해야 하는 과목이 하나 더 늘어났을 뿐이다. 학생들이 책을 멀리하는 또 하나의 원인이 되었다. 독서가 자칫 대입 수단이 되거나 단순한 지식 암기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세계적인 명문가의 독서교육법도 화장실 옆에 붙여 두고 수시로 생각해 보면 좋다. 처칠의 집안에선 역사책을 즐겨 읽고 외국어로 독서하는 습관을 장려했다. 케네디의 집안은 책뿐만 아니라 신문으로 세상 보는 안목을 넓히라고 조언한다. 네루의 가문에선 200통의 편지로 독서교육을 하라고 하는데 이렇게 하면 누구나 큰 인물이 되겠다. 루즈벨트 가문의 독서교육은 참 실용적이다. 닮고 싶은 사람의 독서법을 모방하도록 한다. 닮고 싶은 인물이 읽었던 책을 따라 읽는 것도 무척 중요하다.

카네기 가문에서는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을 독서만큼이나 중요시했다. 헤세는 추천 도서목록에 연연하지 말라고 하고 박지원은 끌리는 책을 먼저 읽으라 한다. 각 집안마다 고유한 독서풍습을 만들어 보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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