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사 설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06.09.0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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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축제와 문화산업
지난 4일 제 4회 직지축제 개막식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남상우 청주시장은 직지의 경제적 가치를 극대화 하면서 시민들의 경제적 이익에 부합하는 문화정책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직지를 문화산업과 연관하여 경제적이익이 되는 쪽으로 제반 문화정책을 설정하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우려가 앞선다.

1985년 직지를 인쇄한 흥덕사지(興德寺址)가 발굴된 이후부터 청주는 직지의 도시가 되었다. 청주시의 로고도 직지고, 상징도 모두 직지다.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한 금속활자 직지는 청주의 자랑스런 문화자본(cultural capital)이다. 이 직지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하여 한국인들은 독일의 구텐베르크 박물관과 협조하면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래서 2001년에는 유네스코 기록문화유산에 등재되었는가하면 유네스코 직지상도 제정되었다. 이 모두 직지를 사랑하는 공무원, 시민, 학계, 언론, 시민단체들이 함께 노력한 결과로 결코 작은 성과가 아니다.

직지는 소량 생산된 불교 경전의 교과서였고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직지는 대량생산과 이윤추구라는 구텐베르크 활자와는 다른 목적에서 출발했던 것이다.

문화산업은 독일의 비판이론가 하버마스의 개념이다. 표면적인 의미와는 다르게 문화산업이 진정한 문화적 가치를 훼손하므로 문화산업을 억제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이처럼 문화산업이나 문화자본은 문화의 진정한 가치, 인간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 자본의 비인간화 비판 등의 이론적 토대였다. 그런데 대다수의 지방자치단체들은 문화산업, 문화자본, 축제, 관광 등의 정책으로 단기간에 경제적 이익을 남기겠다고 공언(公言)하고 있다.

직지가 청주와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 된 것은 그리 오래 전이 아니다. 그러므로 너무 조급하게 직지를 대하거나, 논리가 아닌 신념으로 바라보거나, 경제적 이익에만 집착하거나 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볼 때 당대(當代) 사람들의 의무는 직지의 세계문화사적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그 이익은 먼 훗날의 청주인과 한국인에게 돌아갈 것이다. 지금 당장 어떤 이익을 찾으려는 것은 직지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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