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시민 기록에 주목하자
<18> 시민 기록에 주목하자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3.08.22 19: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역사를 기억하는 사람들 충청인의 기록으로 본 시대읽기

생생한 삶의 소리 충북역사 기록문화유산으로 재조명

15명 시민기록자 탐방 … 지역사 관점 다시 한번 생각
다양한 삶속에 시대의 흐름·역사 의식 고스란히 담겨
기록문화 관심 부족 … 가치있는 자료 보존·관리해야

‘역사는 기록이다’는 전제로 연재한 <역사를 기억하는 사람들; 충청인의 기록으로 본 시대읽기>는 지난 4월부터 15명의 시민기록자를 발굴 취재했다. 시민기록에 가치를 두고 충청 지역의 시민기록자를 탐방한 이번 취재는 같은 시공간 속에 살아온 사람들의 삶과 국가라는 큰 역사의 물줄기가 어떤 연계성을 갖고 또 어떻게 이어졌는지를 조명하고자 했다.

시민기록에 대한 관심은 국가 단위의 굵직한 역사 흐름을 시민 역사 관점의 세밀한 줄기를 통해 조명하기 위한 기획이었다. 특히 충청지역에 살았던 사람들 일상의 기록을 통해 시대의 변화와 흐름을 조명하고, 시민들이 느끼는 체감 국정이나 역사의식을 기록을 통해 새롭게 들춰내고자 했다. 이는 또 세계에서 현존하는 최고 오래된 금속활자본 ‘직지’의 고장임에도 지역에선 기록문화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던 것도 시민기록자를 찾아나서게 된 계기를 부여했다.

기획취재를 시작하며 지역을 대상으로 시민기록자를 수소문했다. 시민 기록자의 자료는 가능한 1980년대 이전 기록들을 중심으로 오랫동안 일기를 써왔다던가, 편지나 공적 자료 등의 사료를 탐문했다. 하지만, 시민기록자에 대한 전문적인 조사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시작한 시민 기록 발굴은 취재 기간 내내 과제를 안겨주기도 했다.

그럼에도, 연재를 거듭할 수록 이어진 시민 제보는 기록의 가치가 높은 자료발굴에 힘이 되어주었다. 첫 시민기록자인 최만식 선생(청주)의 경우 이사를 앞두고 50여 년을 보관해왔던 충북 도정 관련 자료를 정리하기 위해 고물상을 부른 상태에서 건져 올린 소중한 자료였다. 최 선생 서고에는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빼곡하게 들어 있는 근현대 충북도정사 자료가 연구자를 놀라게 했다.

그런가 하면 40여 년간 농사일기를 써온 연규삼씨(도안)의 기록은 고인이 된 주인의 흔적처럼 낡은 벽장에 꽂혀 있어 마음 저릿하게 했고, 문학과 예술을 사랑한 한명철(칠성) 나무조각가의 행복한 자료 수집기, 충북 사진의 대부 김운기씨(청주), 충남·대전의 역사 지킴이 김영환씨(대전) 등의 자료는 자신의 일터에서 성실하게 노력하며 산 옹골진 시간을 보여주기도 했다.

또한, 1950년대 청주 무심천 풍경 사진과 대한민국 최초의 보통고시 합격증을 간직한 이승우씨(청주), 20살 청춘에 제주도로 무전여행을 떠나며 기록한 무전일기의 안후영씨(옥천), 충북교육의 산 증인으로 기록 정리의 달인 모습을 보여준 최성택씨(제천), 1970년 옥천의 청년운동을 주도해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은 양무웅씨(옥천)의 기록은 오래지 않은 과거로 여행하는 시간이었다.

영동 설계리에서 이장으로 활동한 서병종씨(영동)의 40년 일기와 빛바랜 통장 속에 담긴 행복한 가장의 꿈을 담은 김동진씨(단양)와, 마을의 역사로 불려도 될 만큼 평생을 마을과 함께한 성운경씨(음성), 농부로 경영 농법을 보여준 박호관씨(괴산), 마을 상록수로 아내와 알콩달콩 살며 일기를 써온 여운영씨(충주), 지난한 삶 속에서도 대쪽 기질로 농사지으며 기록도 대쪽같이 담아낸 윤기완씨(진천)의 기록은 흙처럼 거짓 없이 소박해 감동을 선사했다.

이처럼 15명의 시민기록자를 탐방하며 지역사라는 역사 관점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고, 자신의 삶터에서 성실하게 살아온 시민들의 생생한 삶의 소리를 들춰보는 시간이 되었다.

지역의 곳곳에 사금파리처럼 빛나는 이러한 자료들은 그러나 대부분 주인이 세상을 떠나면 사장될 것들이다. 기록들이 사라지기 전에 지자체에서 관심을 갖고 자료를 수집하고 보관해야 할 때다. 치열하게 살아온 그들의 삶은 지역사에서 새로운 해석과 함께 지역의 이야기를 풍성하게 해 줄 자원이다. 이는 직지의 고장 청주, 기록문화유산의 도시 충청의 시대정신과 맥을 같이하는 일이기도 하다.

비록 지면의 한계로 시민기록자의 발굴은 15명으로 연재를 마치지만 오랜 시간, 지역에 거점을 두고 있는 시민기록이 지역사적 의미와 자료적 가치를 인정받길 고대한다.<끝>

 



"일부 기증 협의중… 보존·관리에 힘쓸 것"

<인터뷰>이 혜 경 국가기록원 사서사무관

◇ 시민 기록의 의미와 가치라면?

- 시민들의 일상 기록을 통해 당시의 시대상을 알 수 있다. 이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지역 시민의 기록은 지역의 삶과 문화를 보여주며 지역에서 그들이 형성하고 발전시켰던 변천사를 보여주는 자료다. 지역의 역사를 입체적으로 조망하고 풍부하게 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

◇ 충청타임즈가 15명의 시민기록자를 발굴해 보도했다. 눈에 띄는 기록이 있는가?

- 충청타임즈의 시민기록자 발굴 기획 연재는 기록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확산과 기증 분위기 조성에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지역의 기록들을 다각적인 시각에서 발굴하였고 일상 기록을 통해 당시의 시대상을 알 수 있는 자료들이었다. 특히 정부수립 직후 초기 공직자의 업무, 충북지역 변천사 등 시민기록자의 소장자료가 다양하고 많았다.

◇ 보도된 시민기록자를 국가기록원에서 방문했는데 성과는 있었는지?

- 시민기록을 국가기록원에서는 수집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어 방문조사와 기탁 협의를 진행했다. 특히 최만식 김운기, 이승우, 성운경 시민기록자는 직접 방문했고, 박호관, 연규삼 기록자의 기록은 전화로 자료에 대해 협의를 했다. 그중 이승우 성운경 기록자는 소장 자료를 국가기록원에 기증하기로 협의가 됐다. 앞으로 기증 협의를 못한 기록물들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기증협의를 추진할 계획이다.

◇ 지역에선 지자체 자체의 기록보관소 설립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가기록원의 계획이 있다면?

- ‘공공기관의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광역 시도에 소관 기록물의 영구보존 및 관리를 위한 ‘지방기록물 관리기관’의 설치가 의무화되어 있으나 예산과 인력문제로 지연되고 있다. 앞으로 지방기록물 전담 관리기관인 지방기록물관리 기관이 설치되면 지역의 기록 수집 및 보존에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