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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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명철 <인형조각가>
  • 승인 2013.08.06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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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조각가 한명철의 손바닥 동화-길우물 이야기
한명철 <인형조각가>

용 아홉 마리라면 그 기운이 얼마나 대단했을까요? 토끼꼬리 근처에 있는 구룡포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친구네 집에 가는 여행을 시작으로 서너 번 다녀왔는데요. 고래와 과메기로 유명하지만 자그맣고 조용한 그러면서 60~70년대의 정취가 그대로 남아있는 곳입니다. 특히 겨울 바다를 보면서 연탄불 위에 끓는 물로 옛날식 커피를 타 주는 낡은 2층 다방은 강력한 느낌으로 기억됩니다. 항구에 뱃사람들이 날씨가 나쁘면 오래 머무는 특성 때문에 작은 곳 임에도 다방은 10개가 넘었습니다. 일부러 먹어 본 고래고기는 소고기 같았고요. 찬바람에 흔들리는 과메기도 별미였습니다.

처음 구룡포에 갔을 때 백사장 위에 커다란 석유통을 잘라 만든 화덕 위 가마솥에 펄펄 끓던 고래고기를 익히던 장작 대신 쓰는 고래뼈를 보고 무척이나 놀란 적이 있습니다. 동해와 남해를 가르는 위치에 있어 늘 바람이 세고 고기가 많은 곳입니다. 거기서 조금 더 북쪽으로 가면 등대박물관과 바닷속에 솟은 거대한 손으로 알려진 곳이고요. 섬이 없는 지평선이 시원합니다.

항구다운 풍경이 오롯이 남아있는 걸 보려면 구룡포로 가십시오. 실망시키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연탄불로 끓인 커피를 마시고 고래고기를 먹으면 항구가 따뜻해질 것입니다. 혹시 용 아홉 마리가 날아 오르는 걸 보시더라도 놀라지 마십시오. 그 동네에서 키우는 놈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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