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오후사파리
<27>…오후사파리
  • 박상옥 <다정갤러리 대표·시인>
  • 승인 2013.07.09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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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아프리카 여행기

박상옥 <다정갤러리 대표·시인>

공원 내의 울창한 나무그늘 아래 테이블에서 식사를 한다. 이름 모를 크고 작은 새들이 테이블까지 와서 우리들 식사를 기웃거린다. 커다란 날개를 퍼덕이는 새를 곁에 두고 식사를 하려니 음식을 빼앗기지나 않을까 싶어 돌아 앉아 먹게 된다.

문득 스릴러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새’란 영화가 떠오른다. 무력하게만 보였던 새가 사람을 공격할 수도 있다는 영화, 가까이 새와 마주하는 자리에 겹쳐 떠오르자 음식을 향한 새의 눈동자가 무섭게 빛나 보인다. 아니나 다를까. 비명소리와 울음! 돌아보니 아이의 음식을 낚아채서 나무로 날아가는 새가 보인다. 공원을 관리한다고 하지만, 공원을 방문하는 사람의 끼니를 굶길 수는 없는 법. 조리를 못하게 하고 도시락을 권하지만, 먹는 것에 대한 욕구는 사람이나 새와 다를 바 없어서 새들은 벌레나 열매를 수확하는 것보다 도시락 찌꺼기를 기웃거리는 것이 수월함을 인식한듯하다.

때문에 자연의 새소리와 함께 평온해야 할 식사시간은 그다지 평온한 느낌이 아니다. 어떤 사람은 새가 가까이 오는 게 싫어서 음식하나를 멀리 던져 주며 식사하고. 테이블에 음식을 흘리는 것이나 테이블을 닦아서 바닥에 털어버리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나 역시 빈 도시락과 비닐을 탈탈 털어서 휴지통에 버리려니 기다렸다는 듯이 새들이 날아 앉아 먹어치운다. 주변에 새똥들도 널려 있어 그닥 청결한 느낌이 안 드는 식사를 서둘러 마친다.

드넓은 초원이며 숲이다. 사파리용 트럭에 올라 맘껏 바람을 맞으며 다양한 동물들과 마주하는 이런 날이 다시 올까. 아마도 힘들 것이다. 그러므로 지치고 힘들어 로지로 쉬러 간다는 몇몇의 사람들과 달리 봄봄과 나는 계속 숲에 남아 있기로 한다. 하마들이 단체로 계곡물에서 수영을 즐기고 있다. 하마가 물 밖에 나오는 것은 비타민D의 생성 때문이라는데 가까이 보니 하마 곁에 악어들도 물속에 함께 있다. 그 계곡을 벗어나니 얼룩말과 기린들이 또 함께 어울려 있다. 멀리 나무그늘 아래 뜨거운 태양빛을 피해 사자 두 마리가 서로 베고 누워있다. 가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막 교미를 끝내고 쉬고 있는 중이란다.

코끼리만 먹는다는 아마룰라 열매를 발견하고 차를 세워 열매를 따서 나눠주며 열매의 술이 정력에 좋다고 설명을 하지만 아무도 반응이 없자 머쓱해 하는 가이드.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관광객마다 관심과 반응이 다르다는 것을 가이드도 알았을까.

갑자기 후끈한 바람이 세차게 불더니 대평원이 차츰 어두워지며 간간히 비를 뿌린다. 비바람이 세차 질까 싶어 먼 길을 돌아가야 하지만, 공원 내에선 모든 차량이 속도 50km를 넘지 못하고, 커브 길에선 30km이상 달릴 수 없다. 가까이 빗속에서 경찰이 딱지를 끊는 것이 보인다. 하늘은 조금씩 더 어두워지고 머리 아픈 정환군과 몇몇의 일행이 로지로 돌아간 것이 다행이란 얘기를 나누며 차는 천천히 숲을 향해 나아간다. 가이드는 비를 맞으며 옛날 부시맨들이 화장실에서 휴지대신 썼다는 나뭇가지를 꺾어다 보여준다. 날씨를 포함한 이런 저런 핑계 대지 않으며 묵묵히 제 할 일을 다 하는 검은 아프리카인의 마음이 순수함으로 읽힌다. 내가 아프리카를 기억한다면, 아니, 아프리카를 베껴갈 수 있다면 그것은 원시에 가까운 야생과 사람의 순수함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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