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 그리고 새로움
익숙함 그리고 새로움
  • 정규호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총괄부장>
  • 승인 2013.06.27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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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정규호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총괄부장>

「인간에게 공예는 일상에서 만나는 이유로 익숙하며, 또한 예술적 가치로 인해 새로움을 욕망하게 하는 영역이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 진화하면서 인간의 실천적 예술의 증여물로 자리해왔다. 그런 의미에서 공예는 삶을 반영하는 예술이라기보다 삶 속의 예술이라 해야 더 적절하다.

삶 속에 이루어지는 예술인 까닭에 상념보다 실체의 도구적 목적성이 더욱 잘 반영되는 듯 보이지만, 또한 가장 솔직한 표현의 대상임에도 틀림없다.

공예의 이 같은 중층적인 속성은 때로는 정체성의 모호함으로 쟁점화되곤 한다. 다른 관점에서 공예가 삶 속에서의 실천적 예술로서 자리하는 이유로 ‘문화의 전이’를 진솔하게 드러내는 존재임은 거부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사랑이 움직이는 것처럼, 인간의 매 순간은 정서적, 물질적 변화 속에 있으며, 이 변화와 민감하게 호흡하는 것 역시 공예이다.

공예에 있는 이같은 관점을 보다 확대해 보면, 인간이 지닌 보편적 정서의 직접적 대상체로서의 위치가 보다 명확해 진다. 즉 인간이 새로운 것을 욕망하면서, 타자를 수용하고 극복하며 내면화함으로 또 다른 문화를 만든다면, 공예는 늘 그것의 용기(容器)가 되곤 했던 것이다.

문화가 그런 것처럼 공예는 인간과 더불어 이동하고, 새로운 호나경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며, 이것이 익숙해질 무렵이면 또 새로움을 욕망하고 잉태해 왔다.

그 한 예로, 중국의 자기(磁器)는 11세기에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예술적인 가치를 지니게 되었으나, 그 끝은 중국이 아니었다. 이슬람을 거쳐 아프리카로, 그리고 유럽으로 전해졌으며, 그 결과는 18세기 유럽에서 도자기 산업의 번성으로 이어진 것이다. 중세 이래 중국의 자기(磁器) 기술에의 모방의 결과가 가져 온 또 다른 문화의 발원인 것이다.

새로움은 시간과 공간을 달리하며 ‘차이’를 만들고, 다시 이에 익숙해지면 또 다름 새로움을 낳도록 유인한다.

어쩌면 오래 전에 있었을지도 모를 새로움은 당대를 살았던 이들의 모든 환경적인 것들을 체화하여 이후의 세대에게 고스란히 익숙함으로 전한다.

인간은 늘 그 악락함과 신선한 자극 모두를 갈급하며 살아가는 근본적이고도 모순적인 욕망을 가졌으나, 그것이 곧 삶의 양식이자 문화를 변화시키는 두 가치로서 이미 문화의 순환 패턴으로 자리한 ‘익숙함 그리고 새로움’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오는 9월 11일부터 10월 20일 까지 옛청주연초제조창을 중심으로 청주지역 일원에서 열리는 2013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기획전 1 박남희 감독은 이번 공예비엔날레 주제인 ’익숙함 그리고 새로움(Something Old Something New)에 대해 이같은 심오한 해석을 한다.

박감독의 해석은 한마디로 인간의 창의성에 의해 만들어진 모든 새로운 것들은 반복되는 쓰임을 통해 익숙해지고, 그 익숙함에 길들여질 무렵 인간은 그것에 대한 진부함을 느끼게 되고, 그런 진부함이 인식될 때 인간은 다시 새로움을 갈구하게 된다는 것과 다름아니다.

이런 반복과 순환의 역사적 카테고리를 능동적으로 거듭하게 되는 공예는 이런 ‘익숙함 그리고 새로움’을 통해 창조적 진화를 거듭하면서 인류의 삶을 더욱 윤택하고 아름답게 하는 요소가 된다.

게다가 이번 공예비엔날레의 주제 ‘익숙함 그리고 새로움’에는 한때 청주 경제의 근간의 영화를 누리면서 익숙한 연초제조창이 공예비엔날레를 중심으로 하는 문화 예술의 터전으로 새롭게 환골탈태하는 장소적 의미로 더하고 있음을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어제 청주시청 브리핑룸에서는 이번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감독으로 활약하고 있는 박남희 감독과 카네코 겐지 감독의 전시 기획에 대한 설명회가 있었다. 각각 예술적 조형성을 중심으로 하는 작가론적 전시 (기획전 1)와 쓰임, 즉 공예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실용성(기획전 2)을 바탕으로 구성되는 이번 공예비엔날레의 전시에 기자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웠다.

그 열기만큼 뜨거운 여름을 보내면 찾아 올 2013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의 찬란함이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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