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하는 민중 지금은 행동할 때
부활하는 민중 지금은 행동할 때
  • 연규민 <칼럼니스트>
  • 승인 2013.06.25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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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규민 <칼럼니스트>

검은 대륙 아프리카의 성자 슈바이처가 권위있는 신학자 중 한 사람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가 쓴 예수전의 끝부분을 보자.

“서른 살의 청년이 손에 아무 것도 들지 않은 채 거대한 세계역사의 방향을 저지하기 위해 작은 몸으로 수레바퀴를 막아섰다. 그러나 수레바퀴는 사정없이 그대로 돌아갔다. 그 청년은 무참히 수레바퀴에 깔려 죽었다. 놀라운 일은 이때부터 일어났다. 수레바퀴에 깔려 죽은 시체는 바퀴에 그대로 붙어서 날이 갈수록 불어났다. 마침내 수레는 멈췄다. 아니 되돌아갔다.”

지금 우리가 사는 한국 땅 역사의 수레바퀴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수많은 젊은이의 피로 찾아온 민주의 세상은 다시 짓밟히고 있다.

국가의 안전을 지키는 일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국가정보원이 총체적으로 부정선거에 나섰다. 유력한 집권당 대통령 후보는 이걸 저지하고 단속하려는 선거관리위원회와 야당을 향해 오히려 정보기관 직원이 인권을 침해당했다고 억지주장을 폈다. 그리고 대통령이 되었다. 정보기관의 총체적 불법이 밝혀지고 난 후에도 대통령은 사과하지 않는다.

집권당은 논쟁이 일단락된 전직 대통령의 북방한계선에 관한 발언을 정보기관과 야합해 발표하고 부정선거 논란에 찬물을 끼얹으려 한다. 대통령에 관한 기록 중 일정 기간 공개를 금지한 것은 엄격한 절차를 거쳐야만 공개할 수 있다는데 이것도 무시했다.

이글을 쓰고 있는 사이에도 상황이 변해서 국정원장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의 기밀을 해제한 다음 일반문서로 만들어 각 정당과 언론기관에 배포하였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의 정신을 들먹일 필요도 없이 국제관례나 외교에서 이런 행위가 몰고 올 파장을 생각해 보라. 우리나라의 위상은 말이 아니게 되었다.

어느 나라 정상이 우리나라 대통령과 회담을 하며 속 깊은 얘기를 하겠는가 남북관계를 더 꼬이게 하는 것은 물론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는 신뢰하기 힘든 나라로 치부될 것이다. 신뢰라는 덕목을 정면에서 칼로 베어 버리는 야만적인 나라로 여길 것이다.

이 뉴스를 전해 듣는 순간 엉뚱하게도 1960년대 초 프랑스의 �!풩� 대통령이 ‘삶의 질’이란 글에서 밝혔다는 ‘중산층의 기준’이 떠올랐다. 즐기는 스포츠가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고, 외국어 하나 정도는 능숙하게 구사해야 하고, 악기 하나는 연주할 수 있어야 한다. 손님을 초대하고 대접할 수 있는 요리 솜씨도 갖춰야 한다. 약한 사람을 돕거나 공동체를 위한 자원봉사에도 참여할 줄 알아야 한다. 이런 정도 조건이야 쉽게 생각할 수 있고 다들 동의할만하다. 그런데 놀라운 조건이 하나 더 있다. 공분(公憤)에 참여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공중의 분노, 공적인 일로 느끼는 분노에 겁내고 입다물고 있는 이는 진정한 중산층이 될 수 없다. 아니 민주사회의 시민이 될 자격이 없다. 숱한 이웃들이 힘든 투쟁을 통해 쟁취한 민주라는 밥상에 슬그머니 숟가락을 들고 앉는 사람은 윤회를 믿는다면 다음 세상엔 하이에나 정도로 태어나면 과분하다. 노동조합이 투쟁을 통해 양호한 근무조건을 쟁취하면 아무 노력 없이 똑같이 양호한 근무조건을 누리는 비노조원이나 구사대의 무임승차를 허용하면 안된다. 다른 사람이 힘들게 가꾼 유실수에서 노력없이 열매만 따면 된다는 약은 생각이 우리사회를 이토록 의리 없는 사회로 만들고 있다. 도덕성이 땅에 떨어진 사회로 만들었다. 수완 좋고 약아빠진 사람들의 천국으로 만들었다.

더 이상 이 땅의 주인일 수 없는 사람들이 판치고 있다. 그들은 불법 점유자들이다. 진정한 이 땅의 주인들인 국민은 불법 점유자들을 몰아내야 한다. 잘못된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 거대한 수레바퀴를 멈추기 위해 젊은이들이 맨몸으로 거리로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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