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호천 여울물 소리를 기대하며
미호천 여울물 소리를 기대하며
  • 최지연 <한국교원대학교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13.06.20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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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연 교수의 교육현장
최지연 <한국교원대학교 초등교육과 교수>

“잘나갈 때는 샛별, 저렇게 우리처럼 쏠리고 몰릴 때면 개밥바라기…(중략) 바로 지척에 흘러가는 미호천의 여울물 소리가 제법 요란했다. 나는 지금도 섬뜸, 달여울, 다락골 같은 부근 마을의 예쁜 이름들을 기억하고 있다.”

황석영의 소설 중 한 대목을 옮겼다. 금성이 새벽에 동쪽에 나타날 적에는 샛별, 저녁에 나타날 때는 개밥바라기라고 부른다고 한다. 식구들이 저녁밥을 다 먹은 후 개가 밥을 줬으면 하고 바랄 즈음에 서쪽하늘에 나타난다고 붙여진 이름이라니 참 재미있는 상황 포착이다. 소설 속에서 만난 반가운 지명 ‘미호천’, 작가가 그려놓은 미호천은 여울물 소리가 요란한 아름다운 개울이다.

미호(美湖)천은 충북 서부를 가로 질러 흐르는 충북의 대표적인 하천이다. 예로부터 그 물줄기가 매우 아름답고 깨끗해 조선시대 대표적인 지리서인 택리지에도 소개될 정도로 유명한 하천이었다. 오죽 천이 아름다우면 그 이름에 ‘아름다울 미’자를 붙였겠는가? 하지만 최근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이 아름다운 하천 미호천이 수질 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한다. 총대장균군수와 분원성대장균군수, 부유물질 농도 등 수질을 판명하는 척도에서 비교대상인 충주댐이나 대청댐 보다 많게는 최대 1000배 이상 높게 검출됐다고 하니 그 오염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교육자로서 이런 미호천의 문제를 조금 확대해 살펴보면, 환경부서나 지방자치단체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만 국한하기에는 심각성이 크다. 환경 문제를 사회경제적으로 해결하거나 첨단 과학기술을 통해 해결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지만, 유네스코를 포함한 세계적인 연구 기관 및 학자들은 교육적인 해결이 가장 효과적이면서 본질적이라는데 목소리를 모은다. 지난 10여년 전부터는 지속가능한 삶을 목적으로 한 지속가능발전교육(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 줄여서 ESD)이 강조되고 있어 교육적 실천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고 있다. 이는 단순히 생태 보전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수용가능한 공존과 평화의 해법을 찾는 일종의 계몽운동 성격이 강하다.

이미 환경 선진국들은 ESD을 강조하고 있었는데 독일의 경우 1971년부터 환경부와 문화부를 중심으로 환경 교육 계획을 수립하고 체계적인 ESD를 실시해 왔다. 영국 역시 연방정부의 환경식품농무부를 중심으로 ESD에 집중하고 있으며 특히 ESD 관련 내용을 교육과정에 포함시켜 범교과적으로 ESD를 실시하고 있다. 미국 역시 연방 환경보호청을 중심으로 환경교육법을 제정해 국가적 차원의 ESD를 실시하고 있다.

이렇듯 환경 교육은 이제 범 세계적 관심사가 되어가고 있다. 환경을 교육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환경보전의 기본적 사고나 태도가 학령기에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학생 시절의 환경 교육은 환경 보호를 위한 가장 근원적 처방이다. 세계적 환경도시 독일의 프라이부르크는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가정, 학교, 지역사회가 입체적으로 연계해 아이들에게 환경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세계적으로 유명한 환경 도시가 될 수 있었다.

이제 환경 교육에 대한 관심은 우리나라도 더 이상 예외가 아니다. 우리나라 역시 선진국들처럼 국가적 차원에서 적극적인 환경 교육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환경부와 한국교원대학교를 중심으로 충북에서는 10개의 초등학교를 선정해 환경교육 방과후 학교를 운영한다고 한다. 환경을 위해 초등학교에서는 공부하고 체험할 공간을 협조하고, 환경부와 대학은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한다면, 개밥바라기별의 미호천이 우리 앞에 다시 펼쳐지게 되지 않을까? 생각은 세계적으로, 실천은 지역에서 라는 구호처럼 작은 변화의 출발은 바로 우리 환경 교육에서 조금씩 움직이며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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