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부와 언론, 그리고 수사기관
지방정부와 언론, 그리고 수사기관
  • 연규민 <칼럼니스트>
  • 승인 2013.06.11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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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규민 <칼럼니스트>

어느 날 눈과 코와 귀와 입과 손과 발이 한자리에 모였다. 코가 일어나 입을 성토하기 시작했다. 우리 중에 몹쓸 자가 하나 있다. 입이라는 놈은 하고 싶은 얘기는 혼자 땅땅하고 먹고 싶은 게 있으면 혼자 다 먹어 치운다. 냄새 좀 맡으려고 하면 냉큼 입으로 가져가는 바람에 감질만 난다. 발이 맞장구를 친다.

과체중인 몸을 이끌고 하루 종일 뛰어다니다가 집에 들어오면 다리가 후들후들 떨린다. 내가 이 고생을 하는 것은 저 입에다 먹을 것을 집어넣기 위해서다. 이번에는 손이 성토한다. 개나 닭이나 소나 먹을 것이 있으면 입이 가서 주워 먹는다. 그런데 우리 입은 손에게 일일이 갖다 달라 심부름을 시킨다.

눈이 말했다. 성토만 하지 말고 얄미운 입을 골려주자. 보아도 보았다고 말하지 말자. 어떤 냄새를 맡아도 이야기 하지 말자. 입을 위해서는 손도 발도 열중 쉬어 하자.

며칠이 지나자 다리가 비비 돌아간다. 손에 힘이 쭉 빠진다. 눈이 가물가물한다. 코는 먹는 냄새만 나면 미칠 지경이다. 그러자 입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내가 밥을 먹는 건 나만을 위해서가 아니다. 매운 걸 먹을 때 입에 불도 나고 배고파 급히 먹다가 혀와 입술을 깨물고 피를 흘리기도 한다.

아이들이 읽는 생활동화는 어른이 읽어도 생각할 게 많다.

청주시 고급 공무원이 뇌물을 받은 일로 구속되었다. 하위직 공무원의 생계형 비위사실 적발이 아니다. 금액도 어마어마하다. 그보다 더 기막힌 일이 있다. 그는 직원 사이의 금전문제와 직원 성추행으로 징계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다. 징계처분 내용은 코메디다. 직급을 한 계급 강등했다. 역사책에서 이순신장군이 모함을 받고 백의종군했다는 얘기는 들어보았지만 염치없는 비위행위에 한 계급 강등은 뭐고 오히려 비행가능성이 큰 중요한 부서배치는 또 뭐란 말인가

열심히 일하는 과정에서 과실로 일처리를 잘못 했을 경우 받는 처분을 파렴치한 행위를 한 자에게 적용하다니 이 조직은 참 이해하기 힘들다.

위키백과는 모피아란 말을 이렇게 설명한다. 모피아(Mofia)는 재무부 출신 인사를 지칭하는 말로 재무부(MOF, Ministry of Finance 현 기획재정부)와 마피아(Mafia)의 합성어이다.

재무부 출신의 인사들이 정계, 금융계 등으로 진출해 산하 기관들을 장악하며 강력한 영향력을 보여주면서 거대한 세력을 구축하였다. MOF와 마피아의 발음이 비슷하여 마피아에 빗대어 부른다. 모피아는 미국의 ‘회전문 이론(Revolving Door Theory)’에 적용되는 사례다.

회전문이론은 미국의 군 장성들이 은퇴 후에 국방부 관리로 임명되고 임기가 끝난 후 다시 방위 산업체의 간부로 들어가 국가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우려하며 생긴 말이다.

지방정부에도 모피아가 존재한다고 한다. 인허가 부서나 중요 사업부서는 정기인사 때 잠시 일선에 나갔다 다시 돌아온단다. 그들만의 조직이 끈끈하단다. 이들은 심지어 수시로 바뀌는 단체장을 길들이거나 비행으로 거둬들인 돈줄로 조직을 장악하고 지역의 유력인사들과 친분을 형성하고 거미줄처럼 인맥을 형성해 공고한 토호세력이 된다.

보도내용만 얼핏 봐도 청주시의 조직문화는 대수술이 필요해 보인다.

엄청난 비위행위는 주변의 묵인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그가 한 행위에 비해 이상한 징계를 받은 것만 봐도 그렇다. 지역 언론이 관료의 부패행위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 것은 자칫 모피아의 관리를 받은 것으로 오해를 살 수 있다. 지역의 수사기관은 중앙의 수사관이 체포영장을 집행할 때까지도 모르고 있었다니 한통속이라는 오해를 받을만하다.

그들의 치부과정을 들여다보시라. 그들 얘기라면 치를 떠는 이들이 많다. 오래전부터 돌던 지역의 소문을 이제라도 파헤치시라. 눈 코 귀 입과 손발은 제발 각자의 역할 좀 부지런히 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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