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와의 진솔한 대화는 삶의 의미를 더욱 분명하게 할 수 있다
자녀와의 진솔한 대화는 삶의 의미를 더욱 분명하게 할 수 있다
  • 박병찬 <안보 칼럼니스트>
  • 승인 2013.05.22 21: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병찬의 세상읽기
박병찬 <안보 칼럼니스트>

지난 주말은 황금연휴였다. 그럼에도 계획된 일정은 없었다. 꼭 참석해야할 결혼식이 있었고, 아내가 공무로 출타중인데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딸이 내려왔기 때문이다. 그래도 보람 있는 연휴가 아니었나싶다. 평소 얼굴보기 힘든 아들·딸과 오랜만에 함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고등학교 졸업 후 집을 떠나 줄곧 서울에서 대학을 마치고 직장을 다니는 관계로 오랜 기간 깊은 대화의 시간을 가져 본적이 없는 딸과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석가탄신일은 각자 지인들과 시간을 보냈다.

토요일은 비오는 흐린 날씨임에도, 얘들은 경기양평에서 개최된 음악 페스티벌 구경을 갔다가 익일 새벽에 와 늦게까지 잤다. 일요일 오전, 아들은 직장동료들과 운동 약속이 있다며 일어나자마자 나갔고, 딸은 아침식사를 준비했다. 딸과 연휴 마지막 날을 보내야 하는 형편이 됐다. 식사를 하며 대화를 하다 보니 월요일까지 휴가란다. 여유가 있는 듯해서 오후에 날씨만 괜찮으면 인근 산에 가기로 했다.

대청댐 인근 양성산으로 향했다. 딸과는 처음 가는 산행이었다. 딸은 출발하는 차 안에서부터 말문이 열렸다. 그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보고 듣고 경험한 이야기보따리를 하나 둘 풀기 시작했다. 등산하는 내내 계속 됐다. 직장생활 3년차가 되고 보니 이제는 조금이나마 자신감이 생긴 듯했다.

꼼꼼한 부장님에게는 이렇게 해야 하고, 핵심만 얘기하라는 과장님에게는 저렇게 해야 되고, 부장님과 과장님의 지시가 상이할 때는 이렇게 해야 되고, ‘그건 아닌데’하는 생각에 화가 날 때는 저렇게 해야 되고, 거래 업체나 계열사 직원을 대할 때는 이렇게 해야 되고 등 많은 얘기를 했다. 다양한 상황을 경험하며 많은 것을 배운 듯했다.

입사 1년차 때만해도 힘들다고 칭얼대던 딸이다. 그때는 그만두고 싶다는 얘기를 한두 번 한 것이 아니었다. 그럴 때마다 부모로서 안타까움이 많았었는데 이제는 그리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20대 답지 않게 대견스럽기도 했다.

물론 마음 한 구석에는 미안한 생각도 들었다. 칭찬보다 질책을 가슴보다 머리에 치우친 양육으로 본의 아니게 따뜻한 정을 흡족하게 주지 못한 죄가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양육의 원칙은 아직도 변함이 없다. 험난한 세상 스스로 개척해 나갈 역량을 어느 정도 갖출 때까지 그래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아들·딸 또한 그렇게 믿고 있는 듯했다.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줄탁동시(줄啄同時)란 말이 있다. 부모자식관계에도 해당된다. 자식은 스스로 자신을 갈고 닦아야 하며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부모는 그런 자식을 믿고 기다리며 적시에 손을 잡아 줘야 한다. 그러자면 때를 잘 포착해야 한다. 끊임없는 관심과 인내와 헌신이 전제돼야 가능하다.

사람은 누구나 새로운 환경에 직면하며 살아간다. 낯설고 적응이 힘든 환경도 많다. 그 어떤 직장도 부서도 직책도 예외는 없다. 이 또한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할 과정이다. 하지만 걱정할 문제는 아니다. 한 톨의 밤알도 수천수만 배의 밤알을 생산(창출)할 수 있는 큰 밤나무가 되는데 필요한 제반 요소를 다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간절한 마음과 열정이다.

한 톨의 밤알은 이제 터를 잡고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듯하다. 어떤 나무가 되느냐는 스스로에게 달려있다. 회사의 비전을 공유하는 가운데 그를 향한 간절한 마음과 열정으로 매사 원 없이 즐기며 일하고 그 결과에 만족하는 큰 밤나무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