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는 삶이다" 소리를 기억하는 소시민들의 시대기록
노래는 삶이다" 소리를 기억하는 소시민들의 시대기록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3.05.14 1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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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한 노동을 소리로 달래다-충북의 소리를 찾아서
<1> 기획취재를 시작하며

한 지방 恨·정서 담아 형성·전파된 민요
노랫말·가락 속에 서민들의 삶 녹아 있어

선조들 일·놀이 등 시대 풍경 들여다보기
소리 역사·충북 정신문화 전승 기여 기대

‘고단한 노동 소리로 달래다-충북의 소리를 찾아서’라는 주제로 우리 선조들의 일과 놀이, 기쁨과 슬픔, 삶과 죽음을 들여다 보고 ‘노래는 삶이다’는 대전제 아래 찾는 충북의 소리를 통해 노동을 하며 살아온 사람들의 삶을 조명해 본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국악분야 충북지역교육위원과 충북도문화재전문위원을 맡고 있는 민요연구가 조순현 박사와 함께 취재·보도한다.

살다 보면 그럴 때가 있다. 특별히 새로울 것도 없이 시작된 하루가 덧없다고 느껴지거나, 늘상 해 오던 일들이 부질없게만 느껴질 때, 혹은 무덤덤했던 삶들이 거부할 수 없는 헛헛함으로 느껴지는 그런 때가 있다.

민요는 이렇게 문득문득 낯설게 다가오는 서정적 자아를 위로하는 노래다. 예로부터 생활 속에서 자연발생적으로 불려지던 노래, 삶의 애환이 담긴 민중의 노래, 민요는 작사자나 작곡자를 알 수 없으며 언제부터 불러왔는지도 알 수 없지만 조상들의 입과 영혼을 거친 노래들은 현재까지도 가슴에서 가슴으로 구비전승 되고 있다.

민요는 한 지방의 한과 정서를 담아 형성되고 전파돼 왔다. 따라서 민요는 각 지방의 민속과 생활방식의 반영이라는 독특한 생명력을 갖고 있다. 그 지방 사람들의 삶이 담긴 민요를 보면 노래가 갖고 있는 의미와 기능, 문화까지도 이해할 수 있다.

민요를 조사하기 위해서는 현지 사람들과의 접촉은 필수다.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손과 손을 잡고서야 그들의 생활방식과 문화를 마음으로 옮겨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노래를 기억하고 부르는 사람을 찾는 과정은 절실하고도 어렵다. 시대가 변하고 삶의 방식이 다양하다 보니 가창자를 찾기가 힘들어졌다.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는 사람을 용케 만난다 해도 재연하기가 쉽지 않다. 불쑥 찾아온 낯선 이에게 마음을 열고 거침없이 노래를 뽑아내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같은 민요라도 부르는 사람에 따라서 담기는 내용은 사뭇 다르다. 장단이나 가락이 달라지는 건 물론이고, 부르는 이의 상황이나 그날의 감정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민요 속에는 조상들의 애환이 담겨있다. 우리 민족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노래를 불러왔기 때문이다. 노랫말에는 서민들의 녹록하지 않은 삶이 녹아 있으며 가락은 힘든 삶만큼이나 소박하다. 민요가 대중의 사랑을 받은 이유는 이렇듯 당면한 현실 상황과 다르지 않은 까닭이다.

일터에서나 휴식을 취할 때, 슬프거나 괴로운 현실을 달래던 민요는 구전 자체에 그 깊은 생명력이 있어 애틋한 인간미를 느낄 수밖에 없다. 구성진 가락을 즉흥적 손장단에 맞춰 부를 때면 꾸밈없고 담백한 가창력에 감탄할 때가 많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서양음악의 수용과 방송매체의 영향으로 민요가 급속히 쇠퇴하고 있다. 한국 가수 사이의 ‘강남스타일’이 미국 빌보드 차트에 오를 정도로 세상은 참 빠르고 삶은 다양해졌다.

급속한 생활의 변화, 하루가 다르게 서구화, 현대화로 치닫는 현실에서 민요가 설 자리는 날로 좁아지고 있어 안타깝다. 사라지는 민요는 우리네 삶의 의미마저 축소시키게 된다. 이렇게 소멸되는 것이 단지 민요뿐일까

충북의 소리를 통해서 우리 선조들이 노래로 표현했던 일과 놀이, 기쁨과 슬픔, 삶과 죽음까지 들여다본다는 것은 그래서 충분히 의미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노동요는 힘든 노동을 할 때 노래에 손발을 맞추고 입을 맞춰 고통 대신 흥겨움을 이입시키던 중요한 민요이다. 마음을 맞추고 일의 짜임을 위해서 노동의 힘겨움을 리듬으로 포장했다. 그러나 농업이 현대화, 기계화 되면서 집단 노동의 필요성이 점점 줄었고 노래 또한 현장을 잃어가고 있다. 다함께 소리를 통해 화합을 다지고 일의 효율을 높이던 행위들이 기계에 의존하고 있으니 민요 보존이 갈 수록 힘든 상황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전통성을 잘 유지하는 소리꾼들이 있다.

이들을 통해 충북의 소리가 어떻게 기억되고 어떤 존재가치를 지니고 있는가를 되짚어보며 소리의 역사를 잇는데 티끌만큼이라도 기여하고자 한다.

비록 소리꾼의 기록으로 본 소시민들의 시대기억은 역사적 관점에서 개인의 한계를 드러내지만 소리와 함께 살아온 그들의 삶에 가치를 부여하고 생생한 시대풍경을 담고자 한다.

소리를 기억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기록이 몇 세기 후에는 우리 고장의, 나라의 민속 문화와 삶의 방식을 고찰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으며 양반의 고장 충북의 정신문화를 전승할 것이라 믿고 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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