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155>
궁보무사 <155>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06.08.23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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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님께서는 그 일을 어찌하시렵니까?”

3. 엎치락뒤치락


“아아앗! 저 저놈 봐라! 도망친다!”

“잡아라!”

강치 일행은 깜짝 놀라 급히 쫓아갔다. 그러나 그들이 다가왔을 때 주성은 이미 줄사다리 절반 이상쯤 오르고 있는 중이었다. 주성은 자기 발아래에 바짝 쫓아와 있는 강치 일행을 힐끗 내려다보고는 위에 있는 부하들을 향해 다급하게 외쳤다.

“야! 이 새끼들 다 쏴서 죽여 버려!”

바로 이때, 강치 일행 중 어느 누가 아까 그 낚싯대를 힘껏 잡아당겼다.

그러자 낚싯줄이 빨랫줄처럼 팽팽해지면서 주성의 그곳을 거칠게 끌어 잡아 당겼다.

“아야야야! 아프다!”

줄사다리를 타고 부지런히 올라가던 주성이 상을 크게 찡그리며 비명을 질렀다.

그러자 위에 있던 그의 부하들은 주성이 타고 있는 줄사다리를 힘차게 끌어 잡아 당겼다.

그 바람에 웅덩이 안에서는 참으로 묘한 진풍경이 벌어지게 되었다.

아래에서는 뭘 힘껏 잡아 내리려고 하고, 위에서는 뭘 힘껏 잡아 끌어올리려고 하고…….

그러니 새중간에 끼인 주성의 그것이 제대로 온전할 리 없었다.

“아아아악! 아프다! 죽겠다! 못 참겠다! 완전히 뿌리째 뽑혀질 것만 같다! 그대로 쏙 빠져서 달아날 것만 같다! 아야야야야! 아고고고!”

마침내 줄사다리를 타고 오르려던 주성이 아픔을 끝내 이기지 못한 채 두 손을 그만 놓치고 말았다. 그 바람에 주성의 몸은 또다시 아래로 곤두박질치듯 떨어지고 말았다.

“요 자식! 내 요럴 줄 알았다니까!”

강치 일행이 씩씩거리며 달려와 쓰러진 주성을 대번에 에워싸 버렸다.

“아, 아이고! 살 살려주세요! 내, 다시는……. 다시는 안 그럴게요.”

또다시 온몸이 새파랗게 질려버린 주성이 엉거주춤 무릎 꿇은 자세로 싹싹 빌어댔다.

“이 자식! 우리가 한 번 속지 두 번 세 번씩 속냐?”

“요 망할 새끼!”

또다시 강치일행의 주먹과 발길질이 주성의 몸 위에 무수히 퍼부어졌다.

주성이 강치 일행에게 잡혀 이런 심한 곤욕을 치르고 있을 즈음,

집무실에 있는 두릉에게 각리가 찾아왔다. 각리는 비록 20세 초반의 나이에 직급도 보잘 것 없지만 창리 대신에게 단 하나 밖에 없는 외아들. 그러니까 창리가 아들 각리를 두릉에게 직접 보냈다는 것은 그 자신의 솔직한 뜻을 확실하게 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과 마찬가지였다. 창리가 아들 각리를 통해 두릉에게 전해온 것은, 병(病)중인 오근장 성주가 알고 화를 크게 내기 전에 어서 빨리 그의 부하 백곡을 팔결성 안으로 도로 불러들이라는 것!

‘허 참! 이걸 어쩌나! 이거야말로 진퇴양난(進退兩難)이 아니겠는가!’

두릉은 각리가 돌아가고 난 후 크게 난감한 듯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어댔다.

이를 눈치 챈 그의 또 다른 참모 학소가 두릉에게 다가와 넌지시 이렇게 물었다.

“장수님께서는 그 일을 어찌하시렵니까?”

두릉은 학소를 물끄러미 쳐다보고만 있다가 한숨을 길게 몰아내 쉬면서 말했다.

“글쎄 이걸 어찌해야 좋을는지 모르겠네. 친구의 말을 따르자니 아무래도 내 부하 백곡이 위험해 질 것만 같고, 그렇다고 괴정의 의견대로 부하 백곡의 안위를 생각하자니 몇 십 년 사귀어온 친구를 배신하는 것만 같고……. 자네가 내 입장이라면 어찌하겠느냐?”

학소는 잠시 생각해 보는 듯 하다가 긴 한숨을 몰아내 쉬며 이렇게 대답했다.

“장수님 자신과 다른 부하들의 안위를 생각하신다면 몹시 안 된 일이긴 하지만 한사람만 희생을 시켜야지요. 한 사람의 희생만으로 많은 사람들의 신변이 안전해진다면 그보다 더 다행스럽고 또 바람직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으음음…….”

학소의 말을 듣고 난 두릉은 무척 괴로운 듯 인상을 잠시 찌푸리다가 길게 한숨을 내뱉으며 천천히 다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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