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154>
궁보무사 <154>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06.08.22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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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엎치락뒤치락
2. 엎치락뒤치락

"제발 믿어주십시오. 전 틀림없이 한다면 합니다요. 여러분들을 아주 안전하게."

"이 자식! 가만히 보니까 주둥이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을 하네!"

또다시 어느 누가 주성의 귀싸대기를 보기 좋게 한 대 후려갈겼다.

"아이구구!"

주성은 얻어맞은 뺨을 두 손으로 감싸 쥐며 또다시 비명을 질렀다.

"우린 어차피 죽을 몸이니까, 죽을 때 죽더라도 요놈이나 실컷 때려가며 골려줘야겠다."

일행 중 어느 누가 주성과 함께 덤으로 딸려 들어온 낚싯대를 가지고 와서 고래 힘줄로 단단히 꼬아 만든 낚싯줄로 주성의 가운데 길쭉한 고깃덩어리와 그 아래 동그란 두 쪽을 정성껏 한데 옭아매었다.

"아이고, 아, 아니. 왜 이러십니까 왜 이러십니까"

겁에 바짝 질린 주성은 아무런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겨울철 사시나무처럼 온몸을 바들바들 떨어대면서 이렇게 물었다.

"보아하니 물건도 신통치 않은 놈이 감히 대장부 행세를 해가며 까불어"

옆에 있던 어느 누가 낚싯바늘에 매달려 있는 커다란 빈 바가지로 주성의 머리통을 후려치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구구구!"

주성은 얻어맞은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싸 쥐며 날카로운 비명을 질러댔다.

"하! 참으로 기가 막힐 일이네! 빈 바가지로 얻어맞고도 이런 엄살을 떨다니! 내 이런 겁쟁이 졸장부 같은 놈은 생전 처음 보는데"

"그러게 말이야! 이런 놈한테 우리가 모진 고문을 당했었다니 참으로 약이 오르고 환장할 일이로구만."

강치 일행은 주성이 심하게 엄살떠는 꼴을 보고 너무 어이가 없다는 표정들을 지었다.

바로 이때, 밧줄로 단단히 엮어 만든 줄사다리 한 개가 웅덩이 안으로 툭 던져졌다.

"그걸 타고 모두 올라오시오! 여러분들의 안전을 보장해 드릴 것이니 안심하시고."

주성의 부하중 어느 누가 몹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야! 우리가 그걸 어떻게 믿느냐"

강치 일행 중 하나가 주성의 멱살을 다시 꽉 쥐어 잡으며 위를 보고 외쳤다.

"그럼 당신들은 계속 그 안에 갇혀만 있을 거요 일단 밖으로 나와야 할 거 아니요"

방금 말했던 자가 웅덩이 안을 향해 큰 소리로 다시 말했다.

"하, 그나저나 이걸 어떻게 하지"

주성의 멱살을 우악스럽게 잡고 있던 자가 몹시 난감한 표정으로 동료들을 둘러보았다.

"안 돼! 우리가 여기서 나가는 즉시 창과 화살에 맞아 고슴도치 꼴이 되고 말 거야."

어느 누가 추위를 타듯 온몸을 으스스 떨어대며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우리가 여기서 요 놈을 붙잡은 채 계속 이러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 차라리 밖으로 나가야만 무슨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것이지."

"그럼 우리가 지금 이런 상황에서 행여 살아날 수도 있다는 거냐"

"아, 참! 좋은 수가 있다. 이놈을 우리가 인질로 삼아가지고 빠져나가는 건 어때"

"안 돼! 보아하니 요 놈은 이곳 성 내에서 아주 높은 지위에 있는 것 같지도 않아!"

"그래도. 현재로선 그 방법 밖에 없잖아"

"글쎄."

"으음음."

강치 일행은 생사(生死)가 걸려있는 이 문제를 놓고 저마다 심각한 고민 속에 빠져 있는 듯 보였다.

그러자 몸을 잔뜩 웅크리고 앉아있던 주성이 지금 이런 느슨한 분위기를 틈타가지고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잽싸게 줄사다리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다짜고짜 줄사다리를 타고 주성은 위로 쭉쭉 올라가기 시작했다.

운동신경이 무척이나 둔한 그가 평소에는 전혀 보여주지 못했던 대단히 민첩하고도 빠른 몸동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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