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작의 가치, 교실 밖에서 길을 묻다
노작의 가치, 교실 밖에서 길을 묻다
  • 최지연 <한국교원대학교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13.05.02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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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연 교수의 교육현장
최지연 <한국교원대학교 초등교육과 교수>

지난 주말 청주교육대학교에서는 ‘노작의 가치, 교실 밖에서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학회가 열렸다. 노작이라고 하면 독일어의 Arbeit의 한자 번역어로 힘써서 무엇인가를 창작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작은 텃밭에 채소를 가꾸는 노작으로부터 집을 설계하는 등의 정신적인 노작에 이르기까지 그 범주는 다양하지만, 노작에는 주도성, 통합성, 맥락성 등의 원칙에 따라 활동이 이루어진다는 공통의 특성을 갖는다.

일반적으로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는 학습자가 스스로 자신이 의도한 바에 따라 무엇인가 실천할 기회가 많지 않다. 교과서에 제시된 것을 만들어보거나, 제시된 문제를 해결해볼 체험의 기회는 많지만, 스스로 문제를 찾아 끝까지 해결해보는 주도적인 체험 활동은 매우 적다.

그러나 주지주의적인 교육에서 벗어나 새로운 교육을 꿈꾸는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자신이 짓고 싶은 집을 지어 그곳에서 공부해보게 한다거나, 농사를 지어 식당에서 먹어보도록 하는 등 학생 스스로의 생각과 힘으로 무엇인가를 창작하도록 하는 데 힘을 기울인다. 꿈

과 끼를 기반으로 행복한 교육을 만들겠다는 우리나라 교육부가 야심차게 진행하는 대부분 프로젝트도 학생의 손과 머리가 동시에 쓰이는 노작에 기초하고 있는 것을 보면, 노작의 가치는 매우 광범위하게 수용되고 있다.

지난 3월 아사히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톳도리현 교육위원회에서는 유아교육 환경의 변화를 고려해 현 유아교육 진흥 프로그램을 개정하기로 하였다고 한다.

요즘 어린이들은 지적인 것에는 관심이 많은 반면, 바깥놀이나 체험이 부족해 정신적 자립이나 집단생활의 적응이 늦다는 지적이 있어왔는데 그 원인이 학부모의 과보호나 간섭, 맞벌이로 인해 자연친화적인 노작 체험 부족으로 분석되었기에 개정을 서두르게 된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유아가 초·중학생이 됐을 때의 불규칙한 생활 리듬, 잘못된 습관, 인간관계의 미숙함으로 이어져 최근 불거지고 있는 집단 따돌림, 학교 폭력으로 번질 수 있으며 이에 대한 대책으로 마음껏 뛰어놀며 자신의 의지대로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된 것이다. 몸을 움직이는 활동을 위해 여러 사람이 함께 어울려 실외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자신의 생각을 의지대로 표현해 볼 수 있도록 하며 무엇인가를 완성해 볼 수 있도록 하여 성취의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골자이다.

‘노작의 가치, 교실 밖에서 길을 묻다’라는 주제의 학회에서는 속초 공현진초등학교의 발도르프 교육 사례와 대안학교인 ‘산 어린이학교’의 활동 사례가 발표됐다. 공현진 초등학교의 56명 전교생은 큰 나무 아래 집을 짓기로 하고 함께 설계하고 재료를 다듬어 1년 동안 작은 오두막을 지었다고 하였다. 산 어린이 학교에서는 텃밭가꾸기 체험을 통해 학생들의 변화를 경험했다고 발표했다. 두 학교 모두 학교 안에 우리가 염려하는 왕따나 폭력은 잊은 지 오래라고 한다.

교실 밖의 사람들은 교실에서 나오라고 학생들에게 손�!磯�. 교실 밖으로 나오라는 것은 공부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교실을 좁은 실내 공간에서 넓은 자연의 공간으로 넓히라는 것일 것이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데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외국의 잠언처럼 자연 속에서 하고 싶은 경험을 실컷 하며 자란 아이의 마음은 더 넓게 자라지 않을까 노작의 가치를 교실 안에서도 물을 수 있는 때가 가까이 오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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