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행복기금 성공하려면
국민행복기금 성공하려면
  • 남경훈 기자
  • 승인 2013.04.30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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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남경훈 취재1팀장(부국장)

금융권 다중채무자를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국민행복기금’이 7일동안의 가접수를 끝내고 오늘부터 본접수을 시작한다.

새 정부가 서민금융 지원책 중 하나로 추진한 행복기금은 장기 연체자를 대상으로 채무를 최대 70%까지 탕감해주는 지원책으로, 채무자들의 상환능력을 배양시키고 자활의지를 돕기 위해 마련됐다.

정부는 당초 국민행복기금 수혜자가 32만명가량을 예상했다.

그러나 가접수 동안 채무조정을 신청한 사람이 8만명을 넘어 당국이 예상했던 수혜자 4분의 1에 가까운 인원이 몰렸다. 예상보다 3배이상 많다고 한다.

충북지역도 당초 예상인원이 1만명이었다. 그러나 가접수 때 이미 4000여명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캠코 충북본부에 가접수를 위해 방문한 사람들의 사연도 구구절절하다. 대부업체로 급전을 빌려 학비를 댔던 대학생부터 저소득으로 생활비와 학자금으로 고통을 받았던 50대 주부, 사업이 망해 이혼까지 해야했던 나이 70을 바라보는 노인까지 빚진 사연도 다양했다.

이처럼 가접수 부터 신청자들이 몰린 것은 접수 직후에 채권 추심이 중단되는 점때문이다. 그동안 이들의 빚 독촉의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했는지를 보여주는 반증일 수 있다.

오늘부터 10월 말까지 이뤄지는 본접수 때도 가접수 기간에 나타난 열기가 이어질 수 있다고 금융당국은 보고 있다. 이르면 5월 중순부터는 연대보증자도 행복기금 신청 대상에 추가될 예정이다. 수혜 대상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애초 예상보다 20만명 가까이 많은 50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게 당국의 전망이다.

예상을 웃도는 신청 열기는 금융당국에 새로운 숙제를 안겨줬다.

애초 수혜자 32만명을 기준으로 5년간 1조 5000억원으로 잡았던 행복기금 규모를 늘려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아직 접수기한이 6개월이나 남은 만큼 당장 고민할 문제는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단기간에 거액을 끌어모으기가 쉽지 않은 만큼 신청 추이를 지켜보며 재원대책을 미리 준비해야 혼란을 줄일 수 있다.

핵심은 어디서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에 있다. 애초 1조 5000억원은 신용회복기금 잔액 등으로 조성할 예정이었다. 금융당국은 일단 자산관리공사나 금융회사에서의 차입이나 출연을 기금 확대 방안으로 검토 중인 모양이다.

행복기금에 종자돈을 댄 신용회복기금도 2008년 말 금융권 출연금을 바탕으로 출범했으므로 가능한 시나리오로 보인다. 신중해야 할 사항은 여기저기서 돈을 끌어모아도 부족할 때 나올 수 있는 재정 투입론이다. 개인의 채무조정에 세금을 쓴다면 또 다른 논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행복기금 출범 전부터 제기된 도덕성 해이 방지 문제도 정부가 유념할 과제다. 성실하게 빚을 갚는 사람만 손해라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엄격하고 일관된 심사가 필수적이다. 지난 2월말 현재 연체기간이 6개월 이상이고 1억원 이하인 신용대출채무자를 대상으로 기준을 정한 만큼 상환 의사, 자활 의지가 있는 대상자를 제대로 가려낼 수 있도록 심사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연대보증자의 채무조정 과정에서 빚 갚을 의지가 없는 주채무자가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도 금융당국은 유의해야 한다. 빚보증을 잘못 섰다가 고통을 겪는 연대보증자를 구제해야 하지만 원칙과 기준을 명확히 세워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도 정부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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