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폐쇄까지는 안된다
개성공단 폐쇄까지는 안된다
  • 문종극 기자
  • 승인 2013.04.28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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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문종극 <편집국장>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 촉발된 남북문제가 심각한 경색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급기야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이자 군사적 긴장완화의 완충지대인 개성공단을 놓고도 남북이 강경 일변 대결구도를 보여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남북관계는 상대방이 굴복할 때까지 버티는 상황이어서 당분간 돌파구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지난 18일 근로자 철수와 개성공단 잠정 가동중단 조처를 취한 이후에도 공단에 머물고 있던 남한측 인원 176명 가운데 126명이 지난 27일 철수한데 이어 나머지 50명이 오늘 모두 철수한다.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우리측의 실무회담 제의를 북한측이 거절하자 정부 당국이 내린 귀환 권유에 따른 조처다. 오늘 잔여인력이 철수하면 개성공단에 남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2003년 6월 착공식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개성공단에 있던 남한 인원이 모두 철수하면 개성공단은 ‘폐쇄’나 다름없는 상태가 된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통일의 징검다리로 여겨졌던 개성공단도 이제 한치 앞을 내다보기가 어렵게 된 것이다. 우리 민족이 그렇게 바라고 원하는 통일이 또 그렇게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이 같은 사태가 그저 원망스럽기만 하다. 그 만큼 안타깝다는 것이다.

필자는 지난 2007년 5월 28일~29일 이틀간 개성공단을 방문한 적이 있다. 언론인 연수프로그램 중 하나였지만 당시에 필자는 감개무량했었다. 그래서 돌아와 ‘남북한 통일이 이뤄졌다’는 칼럼을 쓴적이 있다. 최소한 개성공단에서 만큼은 통일이 됐다는 것인데 남북한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모습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필자는 당시의 칼럼에서 개성공단 모습을 이렇게 그렸다.

최소한 그곳 만큼은 분단 이후 우리민족이 그토록 갈망하던 남한과 북한이 하나가 된 통일 그 자체였다. 그곳에는 은행이든, 편의점이든, 병원이든, 식당이든, 관리위원회 사무실이든 어디를 가봐도 남측 사람들과 북측 사람들이 너무 자연스럽게 어울려 일상의 업무를 보고 있었다.

일상 업무 뿐만 아니라 밥도 함께 먹고, 차도 함께 마시고, 손님이 찾아오면 함께 반갑게 맞아들이는 것조차 남과 북이 하모니를 이뤘다. 우리 민족 누구나가 통일된 그날의 모습으로 연상하는 그런 통일된 남북의 모습이다.

서울을 출발해 설렘과 약간의 긴장감을 지닌 채 남한측 MDL(군사분계선)과 북한측 CIQ(검역통제소)를 거쳐 개성공단에 도착했는데 북측 CIQ에서 개성공단까지 차로 채 5분도 안되는 지근거리에서 남북이 하나가된 작품을 아무런 거리낌없이 볼 수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흥분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마치 내일 통일이라도 될 듯이 말이다.

그래서 필자는 제2, 제3의 개성공단이 북한의 신의주, 나진·선봉 등에 확산되면 통일의 문은 자연스럽게 열릴 것이라는 확신도 밝힌바 있었다.

그런데 그 후 6년여만에 개성공단의 남측 인력이 모두 철수해야 하는 상황을 맞고보니 당시의 기대감이 깡그리 무너져 버리는 허망함에 진저리를 칠 수밖에 없다. 통일의 징검다리 개성공단이 폐쇄된다면 앞으로 또 어떤 징검다리도 서로의 신뢰속에 만들어질 수 없다는 절망감도 크다.

정부의 개성공단 철수 결정에 많은 국민들이 안타까움을 표하고 있다. 통일의 징검다리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냉각기간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로 더 악화시킬 수 있는 상황을 만들지 말고 자제하면서 통일을 위한 한걸음에 무엇이 더 유리한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개성공단은 남과 북의 경제적 이익을 위한 합작품 이전에 통일의 징검다리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때문에 개성공단 폐쇄는 어떤 명분으로도 현실화돼서는 안된다. 6년여전 필자가 현지에서 보고 느낀 개성공단을 상기하면 분명히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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