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평가서 더하기
민주당 대선평가서 더하기
  • 연규민 <칼럼니스트>
  • 승인 2013.04.16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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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규민 <칼럼니스트>

민주당이 실명을 거론한 대선평가서를 냈다. 무척 냉정한 평가를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정작 감동은 없다. 문제점을 파헤치는 것은 그것을 반성하고 다음 선거에서 이기는 방안을 제시하기 위함이다. 희망을 제시할 수 없는 비판은 차라리 덮어두는 게 옳다. 나아지기는커녕 분란과 좌초를 불러오니 말이다.

당원이 아닌 입장에서 한 정당의 중요한 보고서에 대한 감상을 적는 게 적절할까 고민도 된다. 하지만 지난 대선이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선거라기보다 이명박정권에 대한 심판이었다. 그래서 당원이 아닌 국민도 민주당의 평가서에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평가서가 감동을 주지 못했다고 했지만 평가서 이후에 보인 민주당 구성원의 태도는 감동을 못주는 것을 넘어 실망만 안겨준다.

엊저녁에 농사를 거들고 돼지고기 1인분에 5천원 하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오는 까닭에 시끄럽다. “싸움을 하다 한 사람이 잘못했다고 하면 그럼 됐다고 해야 하는 거 아녀? 옆 사람들이 앞으로 잘 지내보자고 하면 고맙다고 손내밀어야 정석 아녀?” 일하다 보면 잘잘못을 가릴 때가 있고, 싸움을 할 때가 있고, 화해를 할 때가 있다. 옆 자리 사람들도 그 이야기를 하고 있다.

대선평가서를 보고 부당함을 느끼기도 하고 열받는 사람도 많다. 그래도 민주당 내부 구성원이 탈당하겠다며 반발하는 모습은 인질극을 벌이는 괴한과 다를 바 없다. 최소한의 민주주의라도 승리하기를 바라는 국민을 인질로 자신의 존재감을 강취하려는 인질범을 보는 느낌이다. 대선평가서에 담긴 비판적 견해가 국민들 사이에 다소간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더 황당한 모습은 평가서에 책임이 있다고 나온 인사들더러 의원직을 사퇴하라거나 당을 나가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힘을 보태고 모아야 할 때에 왜 그러나 의아하다.

좀 더 자신을 가다듬고 좀 더 믿음직스러운 정치인으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국민들이 뭐 엄청난 것을 바라는가? 단합된 모습으로 드러난 문제점을 보강해서 새로운 싸움에 힘차게 다시 나서기를 바라는 것 말고 뭐가 있겠는가? 시스템을 고치고 정책을 다듬고 개발하고 전략을 제대로 짜보겠다는 선언과 실천을 보고 싶다.

지난 이명박정권 내내 민주당을 보면서 답답함을 느낀 게 하나 있다. 국민들이 민주당에 기댄 것은 민주당의 정책이 뛰어나거나 수권능력이 믿음직스러워서가 아니었다. 이명박정권의 실정에 대한 반사적 행동이었을 뿐이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재빨리 국민들의 지지를 모아 정책을 개발하고 알려야 했다. 대권주자를 빨리 확정하고 국민들의 희망으로 세워주어야 했다. 아무리 인기 없는 사람도 양자구도로 가면 대선에서 최소한 51 대 49의 싸움은 되니 걱정 말라는 안이한 태도가 역시 49에 머무르게 하지 않았나? 일찌감치 대선주자를 세우고 미리미리 준비하라.

스웨덴의 정치인 중에 죽은 뒤에 국민들에게 더 사랑받은 정치인이 있다. 올로프 팔메다. 그가 남긴 말 중에 재미있는 말이 있다.

“사람이 빵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선거에서는 캐치프레이즈로 살 것이니라.” 여러 명의 민주당 주자들 중에 지금까지 국민들 가슴에 남는 구호를 전해 준 이가 있었나? 시의성이 생명이다. 일자리를 얻지 못하거나 불안정한 일자리가 대부분인데 근사한 저녁 이야기가 뭔가? 그나마 그게 아직까지 기억나는 이야기다. 신자유주의의 폐해로 불황이 주기적으로 찾아오고, 양극화가 심해지고, 복지비용은 상대적으로 늘어나고, 거기에다 도덕적 해이까지 가세하는 난국에 좀 속시원한 구호가 등장해야 하지 않나?

대선평가서는 옳다. 하지만 옳은 것이 늘 이기지는 않는다. 강한 것이 이기는 법, 강한 희망을 더해 보시라. 대선평가서 이후 등장한 수많은 평가 글을 읽어 보았다. 민주당은 지금으로서는 안 되는 정당이라는 평가가 주류다. 그래도 그건 새누리당을 지지하건 민주당을 지지하건 모든 국민에게 큰 손실이다. 지금의 민주당이 힘차게 털고 일어나는 모습을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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