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입양과 영유아기
해외입양과 영유아기
  • 오창근 <칼럼니스트·충북참여연대 사회문화팀장>
  • 승인 2013.04.03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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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오창근 <칼럼니스트·충북참여연대 사회문화팀장>

지난해 말, 돌도 지나지 않은 아이를 입양한 부모를 인터뷰할 기회를 가졌다. 음성 꽃동네로 자원봉사를 갔다가 유독 한 아이가 눈에 들어와 장고 끝에 입양을 결정했다고 했다. 서른 중반을 넘어선 부모는 첫아이를 낳은 여느 부모처럼 분유 타는 법부터 기저귀는 가는 것까지 하나하나를 친정 언니에게 물어가며 정성을 다하고 있었다.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은 예전에 알았지만, 입양에 대해서는 남편이 부정적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인터뷰 말미에 입양사실을 공개해도 상관없고, 기회가 닿는다면 언니 오빠도 만들어 주고 싶다며 추가 입양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그때 본 아이를 얼마 전 만났더니 쪼르르 달려와 볼에 뽀뽀도 해 주고, 아무튼 예쁘게 잘 자라고 있어 흐뭇했다.

한국계 미국 배우가 페이스북을 통해 프랑스에 사는 쌍둥이 자매를 만났다는 기사가 신문에 실렸다.

1987년 11월 9일 부산에서 각각 미국의 뉴저지로, 프랑스로 입양되었다가 출연한 영화를 보고 너무 닮았다는 친구들의 말에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고 본능적으로 쌍둥이 자매임을 직감했다고 한다. 둘 다 생후 3개월 만에 해외입양이 돼 쌍둥이인 것도 자매가 있다는 것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이루어진 만남이라 다큐멘터리로 만들질 만큼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핏줄은 못 속인다’는 신문기사의 제목을 보며 생방송에 출연해 자신을 버린 부모를 찾기 위해 잃어버린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는 해외입양아의 모습이 오버랩 되었다. 해준 것도 없는 한국이라는 나라의 문화에 관심을 갖고 어설프게나마 우리말을 몇마다 건네는 모습은 애처롭기 그지없을뿐더러 부모에 대한 강렬한 그리움, 사무치는 모정, 연민과 동정 등을 담아 상업적으로 부모와의 극적 상봉을 그리는 방송도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우리나라의 해외입양 역사는 전쟁고아로 출발해 산업화 이후 도시 빈곤으로 버려진 아이들이 주를 이루었다. 이제는 미혼모의 증가로 버려진 아이들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아동수출 1위 국가라는 불명예라는 말과 핏줄, 가문, 단일민족의 순혈주의를 강조하는 모순된 사회구조 속에서 1948년부터 2004년까지 많게는 50만의 아동이 해외로 입양을 떠났고 그 중 3분의 1이 미국으로 갔다.

OECD 회원국이며, 국격을 강조하는 나라에서 아동수출국 1위라는 오명은 끊임없는 비판을 받았다. 결국, 국가가 입양에 대한 관리 감독을 철저히 강화함으로써 입양아의 인권과 권리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입양특례법이 2012년 8월에 개정되었다.  

개정된 입양특례법에는 아동의 입양여부를 가정법원이 최종 허가토록 했으며 생모에게 입양에 대해 숙려할 기간을 7일간 갖게 되어있다. 그런데 문제는 해외입양을 선택한 부모의 경우 신원이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입양허가를 받기 위해 아동 출생신고를 하면 가족관계등록을 해야 하므로 해외입양을 포기한 사례는 늘고, 역으로 아기를 유기하는 건수가 예년에 비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법 개정의 취지와는 다른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미혼모의 직접 양육과 입양인의 파양을 막기 위한 취지지만, 해외입양을 가지 못하는 아이들은 시설을 전전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법 개정을 통해 청소년 미혼모에 한해서 예외 규정을 둘 것을 요청하고 있으나 한편에서는 그동안 불법으로 자행된 해외입양을 막는 최소한의 안전망 구실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낙태 증가와 영아유기 증가의 원인이 해외입양을 위한 신원노출만의 문제는 아니다.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없는 사회적 여건도 한몫하고 있다.

그러므로 아동 인권 강화 측면에서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버리고, 미혼모에 대한 지원 및 시설 확충 등 정부의 지원확대를 통해 생부모가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 사회적분위기 조성이 시급하다. 쌍둥이 자매가 한국계라는 사실에 기적 같은 만남을 축하하면서도 한편으론 정리되지 않은 입양특례법 논란에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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