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세상
십리에 걸쳐 슬픈 뱀 한 마리가
혼자서 길을 간다
희고 차가운 벚꽃의 불길이 따라간다
내가 얼마나 어두운지
내가 얼마나 더러운지 보여주려고
저 벚꽃 피었다
저 벚꽃 논다
환한 벚꽃의 어둠
벚꽃의 독설,
내가 얼마나 뜨거운지
내가 얼마나 불온한지 보여주려고
저 벚꽃 진다
※ 조용하던 무심천이 들썩입니다. 강 둔덕에 줄지어 늘어선 벚나무, 불그락 불그락 가지끝이 돋아납니다. 팽팽하게 부풀어오르다 문득 화花할 저 길. 사그락 사그락 불씨가 타오르는 아궁이입니다. 후드득 후드득 솔기를 뚫고 터져나오는 생기입니다. 비록 그 불길에 꺾일 꽃봄이지만 뜨겁고 화끈한, 그래서 슬프고 불온한 벚꽃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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