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152>
궁보무사 <152>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06.08.17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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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놈들을 과녁삼아 활 쏘는 연습이나 해야겠다"
39. 소용돌이 속에서

"그야 물론이지."

주성의 말이 채 끝나자마자 강치 일행 중 체격이 가장 좋은 자가 조금 전에 몰래 흙속에 감춰두고 있었던 괭이 하나를 꺼내어 흙벽을 탁탁 찍어가며 위로 쓱쓱 올라갔다. 그러나 그가 웅덩이 밖으로 얼굴을 쏙 올리기가 무섭게 주성이 빼어든 칼끝이 그의 눈앞에 와 닿았다.

"으아아악!"

사내는 주성의 칼날을 피하고자 고개를 뒤로 확 젖히는 바람에 순간 몸의 중심을 잃고 아래로 뚝 떨어져버렸다.

"아니, 이거 너무하시지 않습니까"

그제야 뭔가 눈치를 챈 강치 일행이 고개를 바짝 쳐들며 주성을 향해 다시 외쳤다.

"으흐흐흐. 이놈들아! 그러니까 내가 재주껏 올라오라고 했잖았냐 자, 내가 네 놈들을 과녁삼아 활 쏘는 연습이나 좀 해봐야겠다."

주성은 이렇게 말하고 나더니 씩 웃음지으며 자기 왼쪽 어깨 위에 비스듬히 걸치고 있던 활을 꺼내 화살 한 대를 재었다. 그리고는 웅덩이 안에 있는 강치 일행을 향해 겨냥하였다.

"아! 아니! 화, 화살을."

"정말로 쏘, 쏘시려고요"

"참아주십시요! 제발!"

강치 일행은 주성이 활을 겨누자 기겁을 하며 놀라 살려달라며 애걸복걸하였다. 그러나 주성은 전혀 사정을 보지 않고 그대로 시위를 당겨버렸다.

"으으악!"

"아이고!"

화살이 정말로 날아오자 강치 일행은 깜짝 놀라 몸을 피했다.

다행히 화살은 아무도 맞히지 못한 채 그냥 맨 바닥에 꽂혀졌다.

곧이어 두 번째 화살이 날아왔다. 강치 일행은 또다시 기겁을 하며 재빨리 몸을 피했다.

또다시 세 번째 네 번째 화살이 연달아 날아왔지만 그때마다 이들은 간신히 몸을 피했다.

"썅! 어떻게 된 게 모두 빗 맞냐 너희들 정말로 비겁하게 피하기만 할 거냐 엉!"

주성은 연달아 수십 대를 더 쏴봤지만 모두 허탕을 치고 나자 몹시 화가 난 듯 강치 일행을 무섭게 내리 쏘아보았다.

"나리! 제발 살려주십시오. 저희들은 비록 천한 장사를 하고 있지만 그래도 처자식을 먹여 살려야만 하는 몸입니다요."

"제발 살려주십시오."

"살려만 주신다면 평생 고마운 은혜를 잊지 않겠사옵니다."

강치 일행은 두 손 모아 싹싹 빌어가며 주성에게 애걸복걸하였다.

"흥흥흥! 난 은혜 따위 같은 거 바라지도 않는다. 난 피도 눈물도 없는 사나이야."

주성은 가볍게 코웃음 치듯 이렇게 말하고나더니 부하들을 시켜 펄펄 끓는 가마솥의 물을 커다란 물통에 가득 담아가지고 오게 했다.

"으흐흐흐! 봐라! 요놈들아! 지금부터 네놈들한테 이 물맛을 골고루 보여주도록 하지."

주성은 김이 팍팍 나는 뜨거운 물을 긴 막대기 끝에 달려있는 바가지에 가득 퍼 담아 가지고 얄밉게 흔들어 보이며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으으악! 아이고 나리!"

"제발 살려주십시오."

"제발!"

강치 일행은 완전히 사색이 되어 또다시 주성에게 싹싹 빌어댔다. 보아하니 놈이 그 바가지에 담긴 뜨거운 물을 웅덩이 안에 그대로 내리쏟아 부을 것만 같은 눈치였기 때문이었다.

"으흐흐. 요놈들아! 네놈들 때문에 우리 성주님께서 본의 아니게 뜨거운 아픔을 맛 보셨는데 네놈들이 그냥 무사히 나갈 줄로 알았더냐 난 피도 눈물도 없는 사나이니 내게서 관용이나 인정, 자비 같은 건 아예 바라지도 말아라. 자, 간다! 이에잇!"

주성은 이렇게 외치며 웅덩이 속의 그들을 향해 뜨거운 바가지 물을 휘익 끼얹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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