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부활절 남북 공동기도문
2013 부활절 남북 공동기도문
  • 연규민 <칼럼니스트>
  • 승인 2013.04.02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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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규민 <칼럼니스트>

기독교 최대명절인 부활절기(Eas te rtide)이다.

한반도(북에선 조선반도)에서 전쟁의 기운이 높아가는 탓에 부활절 분위기는 냉랭하기만 하다. 2006년 브라질 포르토 알레그레에서 열린 세계교회협의회(WCC) 제9차 총회 당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와 조선그리스도교연맹(조그련)이 ‘부활절남북공동기도문’을 예배에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해마다 공동으로 기도문을 발표했다. 올해는 남북관계가 경색되어 그마저도 합의하지 못했다. 마음이 무겁다.

‘2013 한국교회 부활절 연합예배’가 부활절(3월 31일) 새벽 서울 신문로 새문안교회에서 열렸다.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를 주제로 한국 교회 최고령 목회자인 방지일(102세) 목사가 설교를 해서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졌다. KNCC 김영주 총무목사는 조그련에 제안한 공동기도문을 발표했다. 남북한 교회가 공동기도문에 합의하지 못한 터라 안타까움이 크다.

반백명이 모이는 작은 교회지만 10년 전부터 부활절에 국악축하예배와 공연을 해왔다. 이 국악예배는 한 때 교단총회에까지 알려져 평화공동체운동본부 창립행사에 초대되어 국제기독교지도자들로부터 뜨거운 찬사를 받기도 했다. 이 예배 참가자들은 2006년 이후 남북이 합의한 공동기도문을 함께 올렸다. 그러나 올해는 공동기도문을 올리지 못했다.

올해 10월에는 부산 벡스코에서 W CC 제10차 총회가 열린다.

이 대회의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본 대회 이전에 여성, 장애인, 청년, 원주민 등 각 부문별로 사전대회가 열린다. 대표적으로 여성 사전대회의 경우 한국 참가자를 제외하고도 세계 여러 나라에서 3백여 명이 참가한다.

소수자의 인권상황부터 빈곤문제와 이주민 등 사회적 약자의 문제를 다루는 섹션이 다양하다.

원주민 영역은 인도 달릿(불가촉천민) 출신인 WCC 디나반두 만찰라(Deenabandhu Manchala) 박사가 준비를 맡고 있다. 세계적인 기독교 흐름과 미래 세계의 흐름을 가늠해 보는 귀한 대회이다.

이 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많은 이들이 애쓰고 있지만 보수와 진보라는 이분법이 교회에도 여전해서 남북의 대치상황만큼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결국 이 대회도 우리 사회 분단의 아픔을 그대로 노출시키는 대회가 될까 걱정이다. 비록 합의하지 못한 기도문이지만 북한에 제의한 기도문은 우리의 현실을 솔직하게 담은 고백이다.

“한 아기를 나누어 갖는 것이 가능하지 않듯이, 한 민족을 둘로 나누는 것은 곧 죽음입니다. 우리는 지난 68년 동안 이 죽음의 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공생번영을 위해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는 지혜와 결단이 절실한 때입니다. 한반도의 죽음인 분단을 넘어 통일로 부활하게 하시려는 하나님의 마음을 우리 모두가 지니게 하소서.”

우리 사회는 본질적이지 못한 문제로 갈등을 빚는 경우가 많다. 노무현대통령의 공과 과를 평가하는데도 말투를 꼬투리 잡아서 감정적으로 평가한다. 파병문제, FTA추진, 민영화시도 등 굵직한 문제는 묻혀버렸다.

이명박 정권의 문제도 개인적인 부도덕한 처사를 들어 비하하기 바쁘다. 경인운하나 4대강, 남북경색 등으로 우리 사회를 빚더미 위에 올려놓은 책임은 묻히고 만다.

북한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3대 세습이나 독재를 우스개 소재로 만들 뿐 경제협력으로 얻을 이익, 주변국들과 북한의 개발을 놓고 경쟁에서 뒤처진 점, 북한의 경제수준을 높이는 일이 통일비용을 줄이는 방안이라는 점에 대한 논의는 별로 없다.

아침저녁 차가운 공기가 몸을 움츠리게 하지만 백목련은 여지없이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분단을 유지하려는 세력이 아니라 화해와 통일로 평화를 일궈내고자 하는 이들이 우리 역사의 중심이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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