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자유학기제’ 좋은 정책이다
‘중학교 자유학기제’ 좋은 정책이다
  • 문종극 기자
  • 승인 2013.03.31 21: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문종극 <편집국장>

교과부가 시행하기로 한 ‘중학교 자유학기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중학생들에게 자기 적성과 진로를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것인데 말들이 많다. 인프라 구축 등 충분한 준비기간을 거치지 않고 전격 시행에 들어가면 부작용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모처럼 괜찮은 교육정책 하나가 나왔다는 환영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여론을 종합해 보면 미래지향적인 혁신적 정책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어떻게 안착시켜야 하는가가 문제로 보인다.

교과부는 중학교 자유학기제를 현행 교육과정의 기본틀 내에서 조사·발표·토론·실습·프로젝트 수행 등 학생 참여 중심의 수업을 실시하고 다양한 문화·예술·체육·진로 프로그램 운영이 가능하도록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상학기, 평가방식 등 구체적 운영방안은 전문가 등의 의견수렴을 거쳐 올 상반기 중 마련하고 하반기부터는 연구학교 37개교를 운영하는 한편 2014~2015년에는 희망하는 학교를 대상으로 확대하고 2016년 전면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보다 먼저 이 같은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외국의 경우를 보면 공립기초학교(9년·초교+중학교)를 마친 뒤 고교에 진학하기 전 머무를 수 있는 1년 과정의 기숙학교인 덴마크의 애프터스쿨(after school)이나 스웨덴이 기초학교 8, 9학년(중2,3)을 대상으로 매년 2주가량 학교 밖에서 직업 체험을 하도록 하는 것과 유사하다.

특히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Transition year)는 이번에 발표한 우리의 ‘중학교 자유학기제’와 같다.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시절 공약으로 ‘자유학기제’를 내놓으면서‘전환학년제’를 벤치마킹했다고 하니 자유학기제의 모델이 전환학년제인 것이다.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를 살펴보면 1974년에 도입된 이 제도는 성적 경쟁에 시달리는 학생들에게 1년간 적성·진로를 탐색할 시간을 줘 인성·사회·직업적 발달을 돕자는 취지였다.

3년의 주니어 과정(중학교)을 마친 학생은 시니어 과정(2년·고교) 진학 전 전환학년제를 선택할 수 있다.

이들은 1년 중 15일~한 달간 지역의 공장·농장·병원·봉사단체 등에서 직업 체험을 한다. 평소엔 국어·영어·수학 등 필수 과목과 스포츠·예술·정보기술(IT) 과목, 운전 등 실무능력을 배운다. 성적 산출을 위한 시험이 없는 대신 각종 체험활동 내용을 보고서 형태로 제출한다.

전환학년제 참여 여부는 학생이 정한다. 불필요하다고 여기는 학생은 바로 시니어 과정으로 진학한다. 도입 초기(74~83년)엔 채택 학교가 10여 곳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전체 학교의 75%(555곳)로 확대됐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나라 만큼이나 대입경쟁이 치열한 아일랜드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전환학년제’가 지금 성공적이라고 한다면 이번에 우리가 도입하는 ‘자유학기제’도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한다.

물론 도시와 시골 학교의 태생적 한계와 체험기관 확보 등의 차이를 극복해야 하는 등 인프라가 전혀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중학생들이 한 학기 동안 주입식 지식 수업을 받지 않고 토론·발표·탐방·체험활동 등으로 진로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이 해결된다면 적성, 진로 등과 관계없이 무조건 합격하고 보자는 식의 입시풍토에는 많은 영향을 미치리라는 생각이다. 때문에 이를 빠른 시일내에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교과부가 탄탄한 세부안을 내놓아야 한다. 기업이나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직업 체험기관’ 확보, 완벽한 평가기준, 다음 학기 성적 염려에서 비롯되는 사교육 치중 예방책 등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대책을 마련해 놓고 시행에 들어가야 한다. 빠른 공약 이행도 중요하지만 사안에 따라 공약의 높은 성과가 더 중요한 경우도 있다. ‘자유학기제’가 그런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인프라 구축과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우선시 된다면 혁신적 정책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크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