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특정학맥 기업인 모임인가
고작 특정학맥 기업인 모임인가
  • 남경훈 기자
  • 승인 2006.08.17 10: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대·경기고 우선해라 충북도 시·군 공문 말썽
충북도가 시·군 대표 기업인을 선정하면서 특정학교 출신을 우선 뽑으라는 공문을 시·군에 내려보내 "특정 학맥을 중심으로 기업인 모임을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는 등 파문이 일고 있다.

충북도가 최근 각 시·군에 시달한 공문에는 기업인 예우풍토를 조성, 기업인이 자긍심과 명예를 갖고 기업 활동에 전념함으로써 지역발전과 지역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시책을 적극 추진하면서 시·군 대표 기업인 현황 조사에 들어간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에 선정되는 시·군 대표 기업인은 정우택 충북지사와 2개월마다 정기적으로 기업인과의 대화에 참석해 경제특별도 건설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의견을 나눌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런 기업인 모임에 참석할 대표 기업인을 선발하면서 도는 '외국 유학, 서울대 출신 등 학식이 높은 기업인이나 경기고 서울고를 우선' 선정토록 적시하고 있어 학맥을 통한 기업인과의 대화를 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같은 공문에 따라 시·군에서는 지난주 업종별 규모별 등으로 구분, 150여명의 기업인들을 도에 올려 보냈으며, 도에서는 30~50여명을 최종 선정할 예정이다.

이런 지적에 대해 열린우리당 충북도당은 16일 즉각 성명을 내고 "지역기업인들의 자유로운 의견 교환을 통해 경제시책을 발굴하겠다는 충북도가 열악한 기업환경 속에서 오랜세월 충북발전을 위해 애쓴 다수의 지역기업인들에게 오히려 불쾌감을 주고 기업인간 파벌을 조장하고 있으니, '경제특별도'를 제대로 건설할 수 있을지 참으로 우려스럽다"고 주장했다.

특히 편협한 엘리트주의와 전근대적 발상을 여실히 보여준 이번 파문이 민선 4기 충북도정의 방향을 그대로 보여준 것 같아 안타깝다며, 정우택 충북지사는 최근 실시한 일련의 인사를 통해 지나치게 정치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터에 이번 '자문기업인 특정 학맥 우선 선정' 파문 또한 특정 학맥을 이용, 경제계에 정치적 기반을 다지려 한다는 의심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따라 "정우택 지사는 이번 경제특별도 건설을 위한 기업인 정례모임 추진 과정에서 자존심을 짓밟힌 다수의 지역기업인은 물론 전 충북도민에게 사과하라"고 강조했다.

이에대해 청주산단의 한 기업인은 "우리나라처럼 학력 콤플렉스가 심한 곳에서 지방정부가 이런 공문을 내보냈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경기고나 서울대를 나오지 않은 기업인은 도지사 대화에 나가면 안되냐"고 비난했다.

충북도 기업지원과의 한 관계자는 "경제특별도 건설을 보다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과 차원에서 학력부문을 명시하게 됐다"며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은 전혀 아니다"고 해명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