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예산 100조 시대의 허상
복지예산 100조 시대의 허상
  • 오창근 <칼럼니스트·충북참여연대 사회문화팀장>
  • 승인 2013.03.27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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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오창근 <칼럼니스트·충북참여연대 사회문화팀장>

박근혜 정부의 복지예산이 100조 원 시대를 맞이했다고 호들갑이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올해 복지 분야 지출은 97.4조 원이다. 정부가 민간에 위탁하는 복지 예산까지 포함하면 100조 원이 넘는다. 올 정부총지출이 342조 원을 감안하면 복지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8.5%가 된다.

작년 92.6조 원보다 4.8조 원 늘어 5.2%의 증가세를 보였다. 문제는 늘어난 내막을 살펴보면 전체 복지비 증가분의 건강보험료, 노령연금 등 자동증가분으로 의무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부분이라 실질적인 복지확대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선별적 복지가 옳은가 보편적 복지가 옳은가 심한 내홍에 휩싸였을 만큼 우리 사회는 표면적으로나마 복지가 시혜적인 것이 아니라 미래사회가 지향해야 할 중요한 가치로 자리매김한 것만큼은 큰 수확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몇 년 동안 사회안전망이 급격하게 무너지면서 복지에 대한 필요성은 증대되었다.

대선후보뿐 아니라 정당들도 사회복지 영역 확대와 복지예산 증액을 약속할 정도가 되었다. 복지에 대한 국민적 수요와 관심은 증대하는 데 비해 사회복지 일선에 근무하는 사회복지사나 사회복지 전담공무원의 환경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최근 용인시와 성남시 그리고 울산광역시에서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이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자살한 사건은 우리나라 복지환경을 잘 대변해 주고 있다.  

2012년 7월, 충북참여연대 사회인권위원회에서 청주시 사회복지이용시설 종사자 217명을 상대로 근무여건 및 고용형태를 설문조사 한 바 있었다. 응답자 213명 주 사회복지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종사자가 60명으로 28.2%를 차지하고 일선에서 직접 이용자를 돌보거나 교육 또는 보살피는 업무를 하는 사람까지 합하면 총 60%가량이 이용자를 직접 상대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응답자 중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135명으로 전체의 63.4%를 차지했고, 대학원을 졸업한 사람도 29명에 이르렀다. 취업 동기 및 업무 자긍심을 묻는 말에 응답의 42.7%인 91명이 사회봉사에 관심이 있어서라고 답했다. 그러나 근로시간을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142명 즉, 절반이 넘는 56.8%가 법정근로시간인 주 40시간을 초과하여 근무하고 있다고 답했다. 주 평균 50시간 근무자도 35명으로 16.4%를 차지했고, 심지어 주 평균 60시간 근무자도 8명에 달했다.

2012년 3월 기준, 우리나라 노동자 평균임금 총액이 211만 원인데 설문응답자 213명 중 노동자 평균임금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받는 사람은 불과 6명에 불과했다. 절반에 가까운 44.3%가 월 임금 150만 원을 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응답자의 77%가 사업장 내에 복지후생이 없다고 답변했다. 업무와 관련된 통증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 중 107명인 50.2%가 업무 때문에 통증을 느끼는 것으로, 24명인 11.3%가 심한 통증을 느낀다고 답했다. 특히 심한 직종으로는 조리사가 87.5%, 보육교사 등 교육 담당업무가 91.7%, 재가요양 83.3%, 상담업무 80%가 업무 관련해서 신체통증을 호소했다. 고용형태를 묻는 말에 근로계약기간에 대해 명확하게 답변을 기재한 응답자 109명 중 77%가 비정규직인 기간제로 근무하고 있었다. 

조사를 통해 사회복지종사자의 일부지만 근무형태나 근로시간 등에서 열악함을 넘어서 상사로부터 불쾌한 언행(모욕, 폭언)을 당한 적도 있고, 심지어는 서비스 이용자로부터 성희롱을 경험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주시 사회복지이용시설 종사자라는 제한 된 조사지만 그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의 근무환경 또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정부에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대거 탈락하면서 민원이 폭증하고, 사회복지통합관리망 도입으로 행정업무는 늘어나 복지전담공무원의 노동 강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공무원 증원은 총액인건비제로 인한 지자체의 인건비 부담으로 요원한 것이 현실이다. 복지예산 100조 시대의 슬픈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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